쏴아아아─. . . .

 이래서야, 구름이 젖은솜이나 다름없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짓는다.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말을 열 번도 더 들었건만, 아침에 급히 현관을 나서는 바람에 우산 가져오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결국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게 됐지만 장마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형제들에게 연락을 하자니 미안하고… 역시 비를 맞고 가는 수 밖에 없는 걸까.

 어렸을 때는 비에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그 차가움이 좋아서, 비가 호되지 않으면 밖에 나가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몸이 약해지기 전의 이야기지만… 약해진 다음에도 내 마음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오소마츠가 비를 맞으면서까지 나를 찾아와주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 이토록 비가 싫은 건지 모르겠다.

 마치 내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넌 혼자야.'

 '아무도 너를 신경쓰지 않아.'

 …

 …

 …

 그저 차가운 물이 뺨에서 흘러내릴 뿐인데, 몸을 적실 뿐인데, 나는 또 이렇게 우울함에 빠져든다. 이것은 가히 고질병이라고 할만 하다. 이런 나를 토도마츠가 걱정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 . .

 "야."

 낮고 부드러운, 귀에 익은 남성의 목소리. 어느덧 분홍색의 셔츠가 시야 한 구석을 채운다. 한 손에 커다란 우산을 들고, 토도마츠가 나를 마중나와주었다.

 "내가 집에 꼭 틀어박혀 있으라 했잖아. 감기 들면 어쩌려고 그래?"

 "……."

 "비오는 날에는 혼자 있지 마. 걱정 돼서 미칠 것 같으니까."

 나는 이 남자에게 따뜻한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이대로 태연하게 그의 우산에 들어가서, 평소처럼 시덥잖은 농담을 하며 나란히 걸어도 되는 걸까. 남들에게는 평범할지라도 내게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의 체온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그것이 나를 해칠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겁을 내는 것이다. 지금처럼.

 "가자."

 그가 얼음장 같은 내 손을 잡아끈다. 이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아무것도 겁낼 필요는 없다. 이 남자는 내 친구이고, 나를 좋아해준다. 걱정해준다. 비는 비일 뿐. 비가 얼마나 세차게 내리든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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