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집에 살기 시작했을 때, 토도마츠는 내게 오소마츠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친해질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사귐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내 성격을 이해해주었고, 처음부터 낯선 이에 대한 친절함을 보이기 보다는 오랜 친구처럼 나를 편하게 대해주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소마츠 못지 않게 내 건강과 그 밖의 것들을 걱정하거나,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내게 숨기는 것 따위 없이 매사에 솔직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 미워하는 감정 등을 그때그때 바로 표현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토도마츠는 내게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애써 숨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으로부터 그러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딱히 가식을 떨고 있지는 않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그가 변한 이유를 알고 싶다. 내가 무언가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 . .

 "질렸어."

 짧고도 명확한 토도마츠의 대답. 나는 얼이 빠졌다. 그 사이 그가 말을 이었다.

 "언제나 형에게 휘둘리는 너를 지켜보는 것도 질렸고, 행여 네가 다른 알파에게 습격당할까 걱정하는 것도 질렸어."

 토도마츠의 말을 부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같은 순간 가슴을 짓눌러오는 아픔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애당초 너는 그걸 어린아이가 말하는 '좋아'정도로 생각했잖아. 아냐?"

 토도마츠가 한쪽 손을 펴보이며 내게 따지듯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나는 아픔을 감싸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너는 이대로 좋아?"

 만약 그가 '응'이라고 대답한다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 . . 그때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의 표정은 꽤나 선명한 감정을 내비추고 있는데, 어째서인가 그의 대답은 상당히 애매하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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