늧은 밤.
집에 있기 답답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기도 하고 해서, 토도마츠가 일하는 스타버에 왔다. 늘 그렇듯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놓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보니, 어느덧 폐점시간이 가까워졌다. 톳티에게는 먼저 집에 가겠다고 하고 가게를 나왔지만, 막상 돌아가자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차피 얼마 안 있어 일이 끝날 테니,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기를 참아가며, 가게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 가로등 아래 기대어 서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있잖아, 톳티─. 우리 지금 친구들이랑 만나서 가라오케에 가려고 하는데, 괜찮으면 같이 갈래?" "두 사람 다 대단하네. 피곤하지 않아? 그보다 시간이 꽤 늦었는데." "피곤하니까 노래를 부르면서 푸는 거야. 그리고 어린애가 아니니까, 막차만 놓치지 않으면 문제없어." "음─…" … … … 무얼 고민하는 척 하고 있는 거야, 저 드라이몬스터자식은. 가고 싶잖아, 그냥 간다고 말 해. 너라면 반드시 그렇게 대답할 거야. 툭 하면 미팅 나가고, 여자애들이랑 어울리고… 그게 너니까. 알고 있으니까. 나 같은 거랑 집에 돌아가는 것보단, 그 편이 훨 나아. … … … "…돌아가자." 등을 덮고 있던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팔짱을 낀 채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보니, 이 분홍색후드티는 오늘 아침 내 것이 모두 세탁기에 들어가는 바람에 토도마츠에게 빌린 옷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 그의 냄새가 남아 있다. 코를 묻으면 바로 곁에 있는 것만 같다. 폼이 너무 크고 팔이 길어서, 마치 쥬시마츠처럼 되어서,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같은 집에 살고 있을 뿐, 사실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어째서 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에게 질투를 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렇게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었던가. … … … "야." 나를 부르는, 부드러운, 친숙한 목소리. 톳티다. 스스로도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무심코 걷는 속도에 박차를 가한다. "야! 왜 도망가?" 덥썩─.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누, 누구세요? 전 당신 모르니까 거기 아가씨들이랑 같이 가라오케나 가세요…!" "그 아가씨들 이미 갔어. 그리고 내 옷을 입고 있으면서 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뒤로 돌린다. 내 팔을 붙잡은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서, 그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기다렸으면 같이 가야지, 왜 갑자기 다른 노선을 타고 난리야?" "네가 고민하고 있길래… 나를 보면 나 때문에 억지로 집에 가려고 할까 봐." "그건 너를 데리고 가서, 너랑 같이 놀다가 들어갈까 생각한 것 뿐이야. 네가 기다리고 있다는 건 아까부터 알고 있었어." 나는 벙찐 얼굴이 되어버렸다. ─분명 나오기 전에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그 뒤로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혹시 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쇼윈도를 내다봤다던가…? "넌 잘 모르는 사람들 뿐이니까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왔는데, 가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말 해." "그냥 너랑 같이 집에 갈래." 고개를 떨어뜨리며 나지막이 말하자, 머리맡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조금 전까지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토도마츠의 얼굴에 상냥한 미소가 번진다. "추운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손 이리줘." "응." … … … 넓고 포근한 주머니속, 맞닿은 피부를 통해 전해져오는 따뜻한 체온. 아마 이 감촉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 잊어버릴 수 없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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