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마츠, 어디 가?”
“오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어.” “헤에─. 아츠시군?” “응. 같이 농구를 했던 패거리인데, 거기에 아츠시도 있었어.” “만나서 농구하는구나. 나도 따라가면 안 돼?” “너는 왜요? 농구에 관심 있으세요?”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스트리트 농구는 정식 농구와 달리 엄청 자유롭고 멋진 묘기 같은 게 많잖아. 구경하고 싶어.”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 써줄 텐데, 그래도 괜찮아?” “야, 야. 이 세상에서 내게 가장 익숙한 것이 있다면 그게 ‘아무도 나한테 신경 안 쓰는 거’야. 난 사람들이랑 얘기하는 것보다 혼자 구석에 앉아 있는 게 더 편해.” “또 이치마츠형처럼 말한다.” 내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인 토도마츠였지만, 그는 결국 나를 데리고 나가게 되었다. … … … 커다란 두 건물 사이에 농구코트를 세워놓은 실터는 여느 놀이터 만큼이나 꽤 넓었다. 양측 벽에 각양각색의 스프레이를 사용한 그래피티아트가 그려져 있고, 바닥 역시 하얀 스프레이로 코트가 나뉘어져 있었다. 남자들은 각각 농구를 하거나 근처의 박스더미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쾅! 하는 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들자 한 남자가 던진 공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재빠르게 달려가 높이 뛰어오르더니 그 튀어나온 공을 네트 안에 넣었다. 주변에서 오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남자가 뒤를 돌아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토도마츠!” “오랜만이다.” 남자는 토도마츠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어깨를 부딪혀 인사를 나눴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토도마츠의 팔을 탁탁 두드렸다. 토도마츠는 반가운 듯이 환하게 웃다가도 얼굴을 확 찡그리더니 집게손가락으로 코를 집었다. “크윽, 땀냄새! 벌써 한 판 뛰었어?” “아니, 그냥 몸풀기를 좀 거칠게 했지.” “땀 정도는 바로바로 닦아, 이 야생동물들아!” “자식, 알랑방귀콩딱지 같은 건 여전하네. 그보다 옆에 서 계신 여자 분은 누구야? 애인?” 한 남자가 토도마츠에게 묻자, 그를 비롯한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향해졌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진작 수줍음을 느끼고 있던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윽고 커다란 손이 뒤통수를 감싸오는가 하면 토도마츠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애인이 아니라 그냥 여자 사람 친구야.” “어쩐지 너한테는 너무 아까워보이더라.” “죽어.╬” 남자들은 저 마다 토도마츠에게 한 마디씩 농담을 하고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때 그들의 어깨 너머로 낯이 익은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어라, 토도마츠군과 같이 오셨군요.” “아, 안녕하세요!” “뭐야, 아츠시도 알아? 혹시 토도마츠가 소개시켜줬어?” 비록 두 번 만났을 뿐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아는 얼굴을 보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아, 그러니까 너희는 전화번호를 달라는 둥 다음주에 일정이 어떻게 되냐는 둥 집적대지 마.” 아츠시군이 말했다. 남자는 왜? 하고 묻더니 능청스레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옵션은 많을수록 좋은 거에요. 전 2번에 넣어주세요.” 나는 당황하여 대답하지 못했다.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하면 우리 둘이 네 불○을 가루로 만든 다음 바다에 뿌려 버릴 거야.” 이번에는 토도마츠가 말했다. 토도마츠도 친구들과 만나면 말투가 거칠어지는구나. 나는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놀랐습니다.” “죄송해요,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 “아뇨, 별말씀을요. 단지 제가 실수하더라도 웃지 말아주십시오.” “네, 네.” “그럼.” 첫 번 째에도 두 번 째에도 슈트를 입고 있었기에, 나는 줄곧 아츠시군에 대해 전형적인 회사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슈트가 아닌 운동복을 입고 있는 그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번듯한 외모에 비해 그는 운동복이 꽤 잘 어울렸다. 박스더미에 걸터앉아 몸풀기를 하고 있는 토도마츠와 아츠시군을 번갈아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시합이 시작된 뒤 나는 자신이 스트리트 농구라는 이름만 알았을 뿐, 그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공을 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공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약간 어지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서로 공을 빼앗거나, 빼앗기지 않기 위해 트릭을 사용하거나, 네트에 집어넣는 순간에는 그 화려한 묘기에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 … … 농구가 끝난 뒤 남자들은 술을 마시러 가고, 나는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술을 못 마시는 내가 끼어 있어봤자 거슬릴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토도마츠의 친구들은 모두 아츠시군처럼 좋은 사람들이었고, 나를 어떻게든 데려가려 했다. 그런 그들에게 주저없이 거친 말을 퍼부우며 토도마츠가 끝내 나를 보내주었다. 문득 그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그가 친구에게 헤드락을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즐거워 보여서,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의 집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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