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토토코네 생선가게에 오게 되어 가게를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토토코를 불러주기로 하셨다. 그녀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채 어린애처럼 수족관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머지않아 밝고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토토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토토코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수족관 안의 벽쪽에 딱 달라붙어 있는 생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거 생으로 먹어도 되는 거야?” “오늘 아침에 막 들어온 참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토토코는 내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나는 생선을 사는 김에 그 흐물거리는 생물을 2마리 더 고르고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기억하는 방법대로 조리를 했다. 조리라고 해봤자 생식이라서 날달걀을 넣고 약간 간을 하는 것 정도였다. 마침 그날은 쥬시마츠와 이치마츠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모두 집에 남아 있었고, 점심을 먹은 뒤 시간이 꽤 지난 터라 슬슬 출출함이 느껴질 무렵이었다. 나는 형제들이 거실에 모여앉아 TV를 보고 있을 때 탁자 위에 그릇과 식기를 내려놓았다. 그들의 시선이 내 쪽을 향했다가 자연스레 그릇 쪽으로 옮겨갔다. 그로부터 잠시 후 2층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토도마츠가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그릇 안에서 꿈틀거리는 생물을 보더니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싸며 경악했다. “아아악─!!! 이게 뭐야─?!!!” “낙지.” “그건 보면 알아!!! 어째서 살아 있는 걸 토막내놓은 거야!!!” “먹어 봐, 맛있어.” “안 먹어!!!” 토도마츠는 보기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슥 물러났다. “왜? 일본사람들도 살아있는 생선을 회로 떠서 먹잖아.” “난 안 먹거든! 그리고 생선은 이렇게 막 움직이지 않아!!!” 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었기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오소마츠를 돌아보고는 그에게 물었다. “넌 어때?” “맛있는데.(우물우물)” “아아악!!!” 토도마츠의 비명이 또 한 번 조용한 거실에 울려 퍼졌다. 그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새롭게 닿은 곳의 풍경도 이전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겁나 맛있어.(우물우물)” “쵸로마츠형까지!!!” 오소마츠는 씹을수록 고소함이 커진다는 낙지를 부지런히 오물거리며 자신의 젓가락으로 다리를 하나 집어서 옆에 앉아 있던 카라마츠에게 내밀었다. “너도 먹어 봐.” 그러자 쵸로마츠가 말했다. “먹보가 웬 일로 가만히 있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내민 다리를 지그시 바라보며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그게……. 아무리 나라도 이 비주얼은 조금 망설여지는군…….” 나는 토도마츠가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카라마츠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산낙지를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면 토막난 낙지의 몸통을 보고 SF 영화에서 레이저총을 맞고 묵사발이 된 외계인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았던 나까지도 조금 입맛이 떨어지는 듯했다. “맛있다니까, 먹어 봐.” 오소마츠가 젓가락을 내밀자, 카라마츠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것을 받아먹었다. 오물오물. 처음에는 약간 좁혀져 있던 그의 미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곱게 펴지는 듯했다. “정말, 맛있다.” “그치?” 그는 카라마츠를 보며 흐뭇하게 웃다가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려 토도마츠와 눈을 마주쳤다. 이윽고 그의 웃음이 묘하게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상냥한 형이었던 그의 표정이 곧 짓궂은 형의 표정으로 변했다. 깨닫고보면 어느새 쵸로마츠도 같은 표정을 지은 채 토도마츠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 카라마츠까지 먹었는데, 톳티.” 쵸로마츠가 말하자, 토도마츠의 어깨가 흠칫 경련을 일으켰다. “형들은 착하니까 뭐든지 너와 나눠먹을 생각이야.”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스물스물 자리에서 일어나 토도마츠에게 다가갔다.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젓가락에서 낙지의 몸통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토도마츠는 그것이 시야에 비치는 순간 냅다 도망치려했다. 그러나 그의 등 뒤에는 이미 카라마츠가 서 있었고, 다리 밑에는 쵸로마츠가 있었다. 덥썩─. “잡았다.” “놔, 이 야만인들아!!!” “입 벌려.” “아아아아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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