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 미안. 정신이 없어서 깜빡 해버렸네."
바쁜 와중에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평소와 사뭇 다른 정중한 손길로 살며시 얼굴을 들어올려, 내 안색을 살펴본다. 여기서 그가 '깜빡 했다'고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커피에 찬물을 타는 일이다. 나는 타고난 고양이혓바닥이라 뜨거운 것을 마시지 못해서 언제나 찬물을 넣어달라고 부탁하는데, 오늘은 줄이 워낙 길어서 특별히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테니, 그것으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인파가 몰려들면… 과연 혓바닥을 데인 나라도, 점원씨에게 감히 컴플레인을 걸 수가 없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어보이고는 힘내라며 엉덩이를 두드려줄 뿐이다. "정말 미안해. 이따 집에 갈 때 네가 좋아하는 거 사갈게." 톳티의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이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스친다. 그는 일이 바쁠수록 나를 포함한 손님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이 스타버를 찾은 이래 가장 바쁜 날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설마하니 톳티가 이렇게까지 상냥해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나는 같이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성격도, 태도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이제보니 그 말에는 '누구' 뿐만이 아닌 '언제', '어디'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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