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 공원의 벤치에 앉아, 노을빛으로 물든 여섯 남자의 모습을 넌지시 바라본다. 그들의 시합을 구경할 겸 응원하기 위해서다. 오늘 농구시합은 형님조(오소마츠, 카라마츠, 쵸로마츠) 대 동생조(이치마츠, 쥬시마츠, 토도마츠)로 팀을 나누어 하게 되었는데, 20분 안에 점수를 더 많이 내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룰은 아주 간단하다. 이렇듯 형제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건만 저녁을 먹는 도중 형님조와 동생조 중에 어느쪽이 더 낫냐 하는 질문이 나와서, 서로의 신체능력을 비겨보자는 이야기로 번져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때의 대화를 잠깐 떠올리자면. . . .

"아무래도 좋은데, 그거 쥬시마츠를 끼고 가는 쪽이 이기는 걸로 정해져 있지 않아?"

 "그렇지도 않다. 농구라면 오소마츠형님도 꽤 잘 하는 편이니까."

 "그래! 게다가 이쪽에는 의욕제로 승부욕제로의 이치마츠형이 있다구. 충분히 패널티 된다고 생각하는데."

 "누가 패널티냐.╬"


 가위바위보로 간단하게 선공격할 팀을 정한 뒤 오소마츠가 드리블을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시합이 시작된다.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치열한 공방전. 날샌 몸짓에 위에서는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아래서는 흙먼지가 일어난다. …선제골을 넣은 사람은 오소마츠였지만 초반에 승기를 잡은 쪽은 역시 쥬시마츠가 끼어 있는 동생조다. 토도마츠는 오소마츠와 달리 자신의 형제들에 대해 쓸데없이 과장을 하지 않는다. 그가 잘한다고 말하면 정말로 잘하는 것이다. 내가 지켜본 바 실제 쥬시마츠는 공을 잡으면 거의 90% 확률로 골을 넣는다. 아까부터 형님조가 될 수 있는대로 그를 피하려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에게 무언가 싸인을 보낸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측면으로 빠지면서 골을 넣는 척 하다가 재빨리 카라마츠에게 패스를 했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어느새 골대 밑으로 이동해 있는 쵸로마츠에게 다시 공을 넘겼다. 쵸로마츠는 동생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네트 안에 공을 넣었다. 그 골을 전환점으로, 그들은 순식간에 점수를 역전시켰다.

 "하아─. 하아─. 쥬시마츠형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아무리 나라도 형들의 팀플레이에는 못 당하겠어─."

 "이치마츠형은 제대로 하고 있어? 혼자 딴 세상에 가 있는 거 아냐?╬"

 "귀찮아. 난 그냥 따라나왔을 뿐 어느 쪽이 이기든지 상관없어."

 토도마츠는 아까부터 먼 산만 쳐다보며 게으름을 피우는 이치마츠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성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뜸 손가락을 가로 내지르며──

 "잘 봐! 상대는 카라마츠형이라고! 형이 말하는, 나르시스트를 넘어선 사이코패스라고!"

 "그… 그러보니… 이대로 가면 나, 쿠소마츠에게 지게 되는 거잖아."

 "그래! 지는 거야! 그보다 못한 인간이 되는 거야!"

 "있을 수 없어!!!"

 결국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의 승부욕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다. 토도마츠의 말에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카라마츠는 조금 불쌍했지만… 그 덕분에 이치마츠가 시합에 진지하게 임해주었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저 의욕이 없을 뿐, 알고보면 이치마츠도 그리 만만한 적수가 아니었다. 특히 카라마츠가 공을 잡고 있을 때는 두 눈에 불이 켜져서 어떻게든 빼앗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토도마츠의 예상 대로, 그는 카라마츠가 있을 때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았다.

 "이치마츠형!"

 "토도마츠!"

 이름이 불려지는 순서에 따라 공이 이동하고, 마지막으로 패스를 받은 토도마츠는 곧바로 골대를 향해 공을 던졌다. 오소마츠와 카라마츠, 그리고 쵸로마츠가 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뚫고 나아가는 것보다는 명중률이 조금 낮더라도 멀리서 던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다행히 그의 슛은 동점상태에서 점수를 내며 동생조를 승리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 더워… 다들 씻으러 가자."

 "땀냄새 나니까 들러붙지마."

 "물 있는 사람?"

 "나."

 아까는 그렇게나 치열하게 다투었으면서,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거나 하나의 병으로 물을 나눠마셨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평소 이상으로 다정해보였다. 남자들에게 스포츠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조금씩 식어가는 뜨거운 열기와 코끝에 어른거리는 옅은 땀냄새가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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