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없는 농담 그만하고 얼른 가!"

 "농담 아닌데?"

 밤이 깊도록 잠이 오지 않아서 고요한 방 한 가운데 누워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데, 문득 복도로부터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에 몸을 일으킨 나는 문을 살짝 열고 그 틈으로 바깥을 슬쩍 내다보았다. 이 시간에 화장실에 가게 되면 언제나 쵸로마츠와 함께하는 토도마츠가, 웬일인지 혼자서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다. 자신의 두 팔을 끌어안은 채,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문을 열고 나갔던 나였지만, 늘 그렇듯, 머지않아서 장난끼가 발동했다.

 "너 드라이몬스터니까 이럴 때가 아니면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늘은 쵸로마츠도 없으니까,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나는 홱 하고 뒤돌아 서서 토도마츠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그에게 입술을 쭉 내밀었다. 토도마츠가 그런 나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만둬! 그만두라니까!"

 아무리 어둠속이라 해도 남자인 토도마츠를 내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쉽지 않았달까, 불가능했다. 토도마츠는 내 손목을 붙잡고 나를 떼어낸 뒤 벽으로 강하게 밀쳤다. 나는 휘청 하고 중심을 잃게 되면서 하마터면 벽에 코를 부딪힐 뻔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뒤를 돌아봤을 때 토도마츠가 나를 덮치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토도마츠는 내 팔을 끌어모아 단단히 속박하고는 나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때? 역으로 당하게 된 기분이." 그가 내게 바짝 붙어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는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무의식속에서 위험을 직감하듯이 몸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사람으로서 평상시 숨기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여러가지 나쁜 감정이 마치 잡음처럼 토도마츠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섞여 들려오고 있었다.

 "아, 아파…"

 "까불지마. 알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토도마츠가 비로소 나를 놓아주었다. 두 팔이 자유로워진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았다. 여전히 손목이 욱씬거렸지만 거기서 투덜거리면 또 호되게 당할까 봐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가 내 등을 떠밀었다.

 "자, 빨리 가."

 그래도 어둠은 여전히 무서운 모양이네. 나는 가볍게 실소를 터뜨리고는 앞장서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 내 뒤를 따라오며, 토도마츠가 작게 중얼거렸다.

"언젠가 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말 거야."

 오늘은 그때문에 일부러 혼자 나왔던 건가. . . .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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