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네가 형들에게 퍼뜨리기라도 하면? 형제 간의 평화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에헤이, 이 사람! 나 못 믿어? 절대 안 퍼뜨릴 테니까 얘기해 봐. 궁금하단 말이야.”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토도마츠에게 형제랭킹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비아냥거리긴 해도 그가 형들을 매우 아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안에도 격차가 존재했었다니.

 처음 오소마츠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집안일을 하고 있었기에 토도마츠가 혼자 후지산에 올랐는지 어쨌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의 중점인 ‘형제랭킹’이란 것에 대해 궁금해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궁금하던지 말던지 내가 알 게 뭐야?”

 “또 배꼽주름 보여줄게!”

 “그런 건 내가 원하면 얼마든지 볼 수 있거든.”

 훌렁─.

 “꺄!!! 변태!!!”

 “배꼽 같은 건 비키니를 입으면 훤히 보이니까 별로 부끄럽지 않다면서?”

 “그래도 다시는 그러지 마!!!”

 “네, 네.”

 그는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방을 나가려 했다.

 “어디 가!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아무데도 못 가!”

 나는 그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윽고 그에게서 깊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랭킹 같은 건 없어.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그저 형들의 각각 어떤 점이 좋고 싫은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 뿐이야.”

 “그럼 그거라도 좋으니까 말해 줘.”

 토도마츠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하는 수 없다는 듯 뒤통수를 헤짚으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나는 토도마츠를 따라 앉고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소마츠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람의 기분을 잘 이해해 줘. 심심할 때, 우울할 때, 화날 때, 능청스레 다가와서는 그 주변의 분위기를 통째로 바꿔놓는 신기한 능력이 있어. 형들이 싸우고 있을 때도 오소마츠형이 오고나서 어느 순간 깨닫고 보면 모두 평소처럼 농담을 하면서 웃고 있어.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돼. 하지만 쌍둥이다, 같은 나이다, 장남이 다 뭐냐, 하면서 은근히 엄격한 부분이 있지. 카라마츠형이나 쵸로마츠형은 친구처럼 대하지만 나머지 3명은 문자 그대로 동생이야. 고등학교에 다닐 때…… 그러니까 한참 방황하고 있을 때 우리는 형한테 엄청 많이 맞았어. 그건 좀 싫었지.”

 “카라마츠형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항상 나나 다른 형들을 잘 챙겨 줘. 아무리 어려운 부탁이라도 웬만하면 다 들어주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정말 좋은 형이지. 다만 그게 온전히 상냥함에서 비롯되는 친절이라고 보기는 조금 애매해. ‘마음’이 아닌 ‘머리’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같달까.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오면서 이래 저래 형에게 화가 났었고 싫었던 적도 많았지만 그럴 때 마다 형은 단지 웃고 있었어. 평범하게 ‘기분 풀어─.’라는 느낌의 웃음이 아니야. ‘넌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라는 무언의 압박이지. 솔직히 조금 무서워.”

 “쵸로마츠형은 같이 있을 때 이쪽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해주니까 좋아. 청소나 빨래 같은 가사일, 마켓에서 장보기, 일정 짜기, 식당에서 주문하기, 전화로 예약하기 등등. 대신 그 만큼 누군가 자신의 계획에서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엄청 예민하게 굴지. 일전에 오므라이스를 먹는다고 하고서 ‘바꿔 먹을래?’ 한 마디 한 걸 가지고 어찌나 잔소리를 하던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니까. 그 외에도 A와 B 중 뭘 골라야 좋을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는 거, A인지 B인지 헷갈리게 얘기하는 거, 하여간 애매한 건 다 싫어하고, 견디지를 못 해. 옛날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요즘도 신경이 복잡할 때나 기분이 나쁠 때면 ‘청결’이나 ‘정확함’에 무지 집착해. 그나마 다행인 건 그 결벽함이 사람의 외모에는 적용되지 않아서, 얼굴에 흉터가 있다던가 발이 짝짝이라던가 그런 것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야. 그렇게 집착의 대상을 가리는 점은……. 뭐, 조금 멋있는 것 같기도 해. 절대로 닮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야.”

 “이치마츠형은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는 점,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점이 좋아. 혼자 있기는 싫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조용히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 그럴 때는 이치마츠형의 옆자리가 딱이야. 저쪽이 쭉 로우텐션이니까 이쪽도 자연스레 기분이 가라앉는달까, 고민하는 것 이전에 생각하는 것부터가 귀찮아져. 그냥 코타츠 안에 다리를 집어넣고 귤이나 까먹고 싶은 상태…… 뭔지 알지? 어둡고 칙칙한 성격은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아주 가-끔 형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어.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준다던가, 밖에서 뭔가 먹을 때…… (웃음)예전에 형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와서 ‘너 혼자 몰래 먹어.’ 라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나. 엄청 의외였달까, 왠지 모르게 웃어 버렸지만 꽤 기뻤어. 전에 네가 말했던, 이쪽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지만 제대로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 그럴 때는 그래도 형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쥬시마츠형은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어떤 이유에서든지 내게 화내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하지도 않아. 어떤 이유에서든지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나를 약하게 만들지도 않아. 그런 형과는 어렸을 때 이후로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 서로 통하는 무언가 있는 것 같달까, ‘언제나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좋아. 옛날의 성실했던 형도, 지금의 해맑은 형도 좋아. 싫은 점은…… (삐죽)최근들어 나보다 이치마츠형하고 더 친하게 지내는 점일까나.”

 “변함없이 쥬시마츠만 조금 다른 느낌이네.”

 “뭐, 쥬시마츠형이니까.”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