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토도마츠와 나란히 길을 걷다가 어쩌다보니 대화가 끊기게 되어, 전부터 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꺼냈다. 히트싸이클이 올 때 마다 언제나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

 나는 자신의 무력함과 토도마츠에 대한 미안함에 입을 다물었다. 두 손을 다소곳이 앞으로 모은 채 그저 조용히 걷고 있노라면, 토도마츠가 내게 말했다.

 "무얼 새삼스레 진지해지고 있어."

 두 사람이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이윽고 작은 한숨소리가 들려오며 토도마츠의 손이 내 머리 위로 올라왔다.

 "말 안 해도 알아, 멍청아…"

 그는 내게서 살며시 손을 거두고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가방끈을 추스리며 말을 이었다.

 "네가 고마움도 모르고 뻔뻔하게 도움만 받는 여자였다면 애당초 난 널 신경쓰지도 않았어."

 비록 나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고맙니 미안하니 그런 거 일일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넌 네 자신이나 잘 챙겨."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리고 나는 그를 뒤따르며 다시 한 번 속으로 되뇌었다.

 '정말 고마워, 토도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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