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서관에 갈 때 마다 빌려오는 것은 소설이나 그때그때의 관심사가 담긴 비문학 서적들로 언제나 정해져 있다.

 오늘은 책을 반납하기 위해 갔던 것이라 딱히 무언가 빌릴 생각은 없었는데, '오늘의 책'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는 책장 앞에서 어느 그림책을 보고 그것을 집어왔다.

 서양의 온갖 명화를 볼 수 있는 책.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가끔은 색다른 것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

 …

 …

 …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타락천사>라는 작품을 보고 잠시 주춤한다. 사람의 몸이란 게 이렇게 멋있을 수도 있구나… 성인 남자가 알몸으로 바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하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 민망함을 잊을 만큼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특히 이 발. 단지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일 뿐인데 어째서 이토록 매혹적으로 보이는 걸까. 토도마츠가 배꼽의 주름 따위에 주목하듯이 나도 남다른 패티쉬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냄새 나는 발에? 자신의 취향이 그렇게 이상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발은 그만 보자, 그만.

 그러고보니 몸이라고 하면… ──아까부터 같은 방에서 나처럼 책을 읽고 있는 쥬시마츠를 흘깃 쳐다본다. 이 남자도 꽤 했었지. 근육의 양을 떠나서 라인이 참 예쁘게 잡혀있달까, 헬스클럽에서 억지로 몸을 키운 남자에게서는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친구의 몸을 보고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은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렇게 천천히 시선을 옮기다 선과 선이 만나는 굴곡이 보이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헛!

 눈이 마주쳤다. 그것도 정면으로. 혹시 내가 흘깃거리는 것을 알아차렸나?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고개를 홱 하고 돌렸던 것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어색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할 걸…

 "뭐 읽고 있어─?"

 "응? 아, 아아…"

 미술작품이라고 하면 남자의 알몸을 본다 해도 딱히 부끄러워 할 것은 없는데, 쥬시마츠가 다가오는 순간 무심코 페이지를 다음으로 넘겼다. 나도 참, 뭐가 찔려서 혼자 긴장을 하고 있는 걸까.

 "벼, 별 거 아니야. 그냥 그림을 좀…"

 쪽─. 문득 쥬시마츠가 내게 입을 맞춘다. 아니, 어째서? 쪽─. 쪽쪽─.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입술이 닿았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정말 뭘까.

 "그, 그만해, 쥬시마츠."

 "나 천사라고 불려도 타락천사니까 말야─. 당황하는 널 볼 때 마다 언제나 '저질러버릴까' 라고 생각해──."

 조금 전의 그림 봤던 건가… 후다닥 넘겼건만 어느 틈에… 그보다 엄청난 말을 해놓고 어째서 해맑게 웃는 거야, 이 남자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고개를 들 수가 없잖아… 가뜩이나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