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1층에서 집안일을 하다가 2층으로 돌아온 나는 평소처럼 별 생각 없이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들어갈게." 드르륵─.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은 쥬시마츠 뿐. 그는 조용한 방에서 홀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때 나는 왠지 모르게 지난 날의 일을 떠올렸고, 쥬시마츠에게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저기…" 쥬시마츠가 형제들과 함께 목욕탕에 갔을 때, 그가 집에 두고 간 휴대전화기의 앨범을 훔쳐봤던 적이 있다.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멋대로 들추어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순간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앨범에서 오로지 1장의 사진에 비밀번호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딱히 어딘가 불편할 정도로 궁금하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씩 그것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을 뿐. 그것을 신경쓰인다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참에 쥬시마츠에게 그 사진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물론 내가 그의 앨범을 훔쳐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구태여 하지 않았다. 단지 그에게 앨범을 보여달라고 하면, 그가 손가락을 움직여가며 사진을 차례대로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3자리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사진 1장이 액정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그 사진이 나타난 순간,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쥬시마츠에게 사진에 대해서 물었다. 쥬시마츠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무렇지 않게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쥬시마츠가 한때 짝사랑했던, 어쩌면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지 모르는 아름다운 여성. 그리고 비밀번호는 그녀의 이니셜 3글자였다. "딱히 누군가에게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아냐─. 굳이 숨긴다고 한다면… 그건 '나'로부터겠지─." "?" "지금도 충분히 보고싶은데, 사진을 보면 더 그리워질 것 아냐─." "……." "난 이 사진처럼 내 마음속에 그녀를 잠금해놓았어─." 평소의 쥬시마츠답지 않게, 그는 차분한 목소리 만큼이나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쥬시마츠의 옆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앞으로 되돌렸다. 바닥에 내려앉은 햇빛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쥬시마츠는 정말 나쁜 남자구나. '잠금해놓았다'는 것은 언젠가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을 계속,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을 거라는 얘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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