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 나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으아아앙─!" 깜찍한 양갈래 머리에 분홍색 원피스, 빨간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는 이제 겨우 5-6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 나이 때 처음 일본에 와서 길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나는 무엇보다 먼저 동질감을 느꼈고,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 왜 이런 곳에서 울고 있어? 엄마 잃어버렸어?" "응… 흑흑…" 길을 잃어버렸을 때는 가능한 한 움직이 않는 것이 좋다. 아이를 파출소에 데려가기 전에 조금 기다려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바구니 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아이에게 쥐어주며 괜찮을 거라 위로해주었다. 다행히 그로부터 머지않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사색이 된 얼굴로 아이에게 달려왔고, 아이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언니! 고마워!" "천만에." 나는 아이의 엄마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 남은 길을 마저 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아이가 내 손을 붙잡더니 줄곧 자신이 가지고 있던 풍선을 내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거 줄게!" "아니, 괜찮은데…" 착하기도 하지. 나는 기특한 마음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후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했지만, 결국 아이는 내게 풍선을 쥐어주고 엄마와 함께 그 장소를 떠났다. … … … 집에 도착한 나는 짐을 내려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장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는 오소마츠와 쥬시마츠가 있었다. "왔어?" "어서와─." 내게 인사를 한 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내 머리맡에서 하늘하늘 춤추고 있는 하트모양의 커다란 풍선으로 집중되었다. "뭐야, 그건. 하여간 아직 어린애라니까." 오소마츠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는 소파로 걸어가서 쥬시마츠의 옆에 앉으며 이를 가볍게 되받아쳤다. "누가 뭐래도 너보다는 아니야." 그는 습관처럼 검지로 코밑을 부비적거리며 싱겁게 웃더니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내 곁으로 다가와 소파의 팔걸이에 걸터앉았다. 한편 쥬시마츠는 소파에 무릎을 딛고 서서는 내 풍선을 툭툭 건드렸다. 아무리 쥬시마츠라 해도 보통 풍선 따위에 흥미를 갖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반가운 모양이었다. "오늘이 누구 생일인 것도 아닌데 웬 풍선이야?" "누군가에게 받았어. 두 사람 다 한가하면 이걸로 같이 놀자." "어떻게 놀아─?" 나는 기다란 끈을 잡아당겨 풍선을 밑으로 내린 뒤 매듭을 풀었다. 오소마츠와 쥬시마츠가 헬륨가스를 마시고 말하면 엄청 웃기겠지. 마츠노가의 남자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목소리 하난 타고났으니, 그 갭을 생각하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내 부탁에 못내 헬륨가스를 마신 오소마츠는 곧 어린이만화에나 나올 법한 성우와도 같이 목소리가 우스꽝스럽게 변했다. "(He)희망은 BIGs! 그리고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 "아하하하하하핫─!!!" 오소마츠에 이어서 헬륨을 마신 쥬시마츠도 마찬가지. "(He)허슬허슬! 머슬머슬!" 그는 카라마츠와 더불어 형제들 중 가장 목소리톤이 낮아서, 평소와의 갭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아… 역시 웃겨." 오소마츠는 고개를 모로 돌리며 실소를 터뜨렸다. 유치하면 유치할 수록 내가 쉽게 웃음을 터뜨린다는 것을 평소부터 잘 알고 있던 그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헬륨가스 하나로 쓰러질듯이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번에는 그도 조금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너는 왜 안 마셔?" "응?" "너도 마셔. 자." "아니, 나는…" "마셔봐─! 재밌어─!" 나는 몇 번인가 더 사양을 했지만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 헬륨가스를 마셨다. 그 느낌은 마치 약간 매콤한 느낌의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 "(He)아, 아." 그리고 나는 또 한 번 폭소를 터뜨렸다. "자기 목소리를 듣고도 웃는 거냐." "그치만 웃기잖아…! 아하하하하핫─…!!!" 오소마츠는 오히려 내 쪽이 더 우습다는 듯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러다 숨넘어가겠다' 하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조금 머뭇거리다가 또 한 번 헬륨을 마셨다. 인체에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가스 따위를 마시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만 다같이 웃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He)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나가서 이 풍선을 사오면 되겠네." "아하하하하핫─!!!" "(He)다행이다. 네 웃음이 비싸지 않아서." 나는 오소마츠의 말에 반박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계속 웃었다. 그 사이 풍선은 다시 쥬시마츠에게로 돌아갔다. "(He)네가 웃는 걸 보니까 나도 기분 좋습니─ 머슬!" "아하핫… 그만… 배 아파……." 어쩌면 현재의 나는 그 아이처럼 길을 잃은 채 헤메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좀처럼 방향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 만약 오소마츠, 쥬시마츠와 같은 친구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헬륨풍선이 100개, 아니 1000개 있다 해도 그들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는 두 사람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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