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난 잘 모르겠다만."

 "잘 맡아 봐. 비슷하잖아."

 킁킁─.

 "그런가? 다시 맡아보니 그런 것 같기도…"

 "요즘 완전 유행이라니까. 할아버지의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간대."

 …

 …

 …

 장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외출을 하기 위해 복도를 지날 무렵, 형제들의 방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 나는 살짝 열린 문의 틈 사이로 카라마츠와 오소마츠가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고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은 쥬시마츠와 함께 베란다 밖에 모여앉아 어느 작은 화분에 심어진 허브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내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갑자기 당황하며 안절부절 못하더니 화분을 내려놓고 어색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날씨가 좋군, 시스터."

 "장 보러 가는 거야?"

 "응."

 아무리 둔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나라도 그 시점에서는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자신을 막아보려는 두 남자를 제치고 조금 전까지 그들의 화제거리가 되었던 화분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줄기는 선명한 분홍색을 띄고, 이파리는 줄기와 같은 분홍색과 라임색이 흰색을 바탕으로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겉모습만을 이야기하자면 참으로 신비한 매력을 가진, 예쁜 허브였다. 두 사람은 분명 냄새를 맡고 있었는데, 내 코에는 평범한 풀내음 밖에 나지 않았다.

 "쥬시마츠, 이거 뭐야? 못 보던 거네."

 "오소마츠형이 부탁해서 가지고 왔어─. 오메가의 페로몬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허ㅂ…"

 베란다 한편에 웅크려서 다른 화분을 살펴보고 있다가 내 물음에 대답하던 쥬시마츠는 돌연 오소마츠에게 입을 틀어막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문득 그의 손이 분홍색의 꽃을 건드려 부슬거리는 소리가 났다. 일본에서 센리코, 한국에서는 천리향이라고 불리는 사랑스러운 꽃이었다.

 "푸하─! 왜 그래, 형─. 꽃망울 떨어졌잖아─."

 정말 왜 그러는지 몰라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하는 말인지, 그 순간 오로지 꽃에만 관심을 쏟는 쥬시마츠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오소마츠는 작게 한숨을 내쉴 뿐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카라마츠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네─. 이건 차를 끓이는 데 써야겠다─."

 "나도 갔다 와서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물론이지─."

 쥬시마츠는 떨어진 꽃망울을 주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집 안쪽으로 뛰어갔다. 장을 보고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팔 아래로 흘러내린 장바구니의 손잡이를 다시 끌어올리고는 아직 화분 주위에 둘러앉아 있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를 향해 물었다.

 "그 허브에서 나랑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아… 응… 미안해… 네가 기분 나쁘다면 할아버지한테 돌려주고 올게."

 "어째서? 그 허브에서 어떤 냄새가 나든 상관없어. 허브는 허브일 뿐인걸."

 애당초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에게 부탁해 허브를 집에 가져오게 한 것은 단지 그것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향한 필요이상의 관심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 내게 그를 탓할 이유는 없다. 오메가의 페로몬과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허브가 알파들에게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조금 불쾌한 이야기지만, 그것은 별개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역시 시스터는 마음이 넓군, 그래. 우리들 반성하지 않으면…"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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