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어, 쥬시마츠─."

 "어서옵셔─!"

 장보기에서 돌아와 양손에 한아름 무언가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 쥬시마츠가 총총걸음으로 서둘러 내게 달려와 짐을 가져간다.

 마켓에서 나올 때만 해도 '잘 샀다'고 흐뭇해 하던 나였지만, 간만의 바겐세일에 그동안 필요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질러버려서, 하마터면 손목이 끊어질 뻔했다.

 품에는 해바라기가 두 그루 심어진 화분까지 끌어안고 있으니, 허리가 휠 지경이다.

 무사히 집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우연히 쥬시마츠와 마주쳐서 정말 다행이다.

 "오늘은 다양한 걸 많이 샀네─. 그거 예쁘다─."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은 쥬시마츠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활짝 핀 해바라기꽃을 바라본다. ─조금 미련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이 찰나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그 고생을 해가며 무거운 화분을 들고 온 것이다.

 "우리 집에는 화분이 그다지 없잖아. 쥬시마츠 생각이 나서 하나 샀어. 전에 말했다시피 내 마음속의 쥬시마츠는 언제나 히마와리거든."

 "헤에─. 그럼 앞으로 내가 물 주고 가꿔도 돼─?"

 "물론, 쥬시마츠에게 주는 거야."

 "예이──!"

 쥬시마츠가 제자리에서 껑충 뛰며 내게서 화분을 가져간다. 이미 짐을 많이 들고 있는데, 역시 그 정도로는 끄떡없는 모습이다. ─어쩌면 무거운 것도 잊을 만큼 신이 나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 꽃 무─지 좋아해──. 헤헷─."

 해바라기에 뺨을 대고 환하게 웃어보이는 쥬시마츠의 머리맡에 문득 따스한 햇빛이 드리운다. 눈이부셔서 도저히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다.

 "앞으로 이 녀석을 쥬시마츠 2호라고 불러줘─. 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없을 때는 대신 물 줘야 돼─. 알았지─?"

 "응. 그리고 쥬시마츠가 없을 때 네가 보고 싶어지면, 그 꽃을 보면서 널 생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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