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고 하면 좋은 것들이 뭐가 있을까. . . .

 파도에 떠밀려온 시체처럼 맨바닥에 널브러져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선풍기 바람을 쐬며 견디기를 몇 시간 째.

 푹푹 찌는 더위에 짜증이 들끓고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 긍정의 힘을 빌어 어떻게든 기운을 차려보려 했는데 도무지 맘처럼 되지 않는다.

 더위란 몸 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마비시키는 것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밖에는 나가기 싫고… 베란다에서라도 신선한 바람을 좀 쐬야겠다."

 …

 …

 …

 베란다에 가기 위해서는 형제들의 방을 거쳐야만 한다. 내 방에도 창문이 있긴 하지만 너무 작고, 수납장으로 막혀 있어서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도 없다.

 유리문 너머로 쥬시마츠의 등이 보인다. 그는 지금 화분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

 드르륵─.

 문을 열자마자 바람처럼 확 덮쳐오는 향긋한 허브의 냄새. 짙은 레몬향에 싱그러운 풀내음이 더해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와─…"

 두 팔을 크게 벌리고서 심호흡을 해본다. 후덥지근한 것은 방에 있을 때와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거 로즈마리지?"

 "응─."

 가까이서 보니 쥬시마츠의 옆에 작은 자루가 있고, 그 자루 안에 파릇파릇한 로즈마리의 잎들이 들어있다. 아무래도 수확중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허브가 그렇듯이, 로즈마리는 햇빛이 강할 수록 향이 좋아져─. 여름이 피크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그늘에 말리는 것보다 햇빛에 말리는 편이 더 좋다고 했던가?"

 "맞아─. 차를 우렸을 때 향이 더 진하거든─."

 "……."

 쥬시마츠의 웃는 얼굴… 정말 눈이 부시다. 얼굴이 예쁘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닌, 쥬시마츠 특유의 밝음이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한달까. 향기만으로도 충분한데, 이제는 눈까지도 즐겁다.

 생각해보면 조금 유치한 비유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쥬시마츠는 내게 있어서 허브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사람이라고 하면 맞을까.

 "덥지? 옆에서 부채질이라도 해줄게."

 "아뇨, 아뇨, 괜찮습니닷─. 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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