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쥬시마츠를 따라서 화원에 왔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비교적 가게가 한산하고 할아버지를 도와드릴만한 일도 딱히 없다. 붉은색, 파란색, 보라색… 알록달록한 색상의 온갖 꽃과 나무들에 둘러쌓인 채, 우리는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차를 마셨다.

 이곳에 올 때 마다 나는 화원 안쪽에 있는 그랜드피아노에 시선을 빼앗기는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아름다운 선율이 듣고 싶어진다. 내가 직접 덮개를 열고 건반을 누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른다. 그래서 매번 쥬시마츠에게 연주를 부탁한다. 그는 한동안 피아노를 멀리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내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빠바바암─, 빠바바암─."

 무엇이든 멜로디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날 위해, 드물게 눈썹까지 찌푸려가며 내 목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빠바밤─. 빠바밤─. 빠바밤─. 빠바밤─. 빠바밤─. 빠밤─."

 "이번에는 뭔가 했더니 브람스 교향곡이구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건 관현악기 협주곡인데─."

 "그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교향곡이란 관현악기 협주곡을 의미하는 것이었나.

 "언젠가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뭐, 악보만 있으면 딱히 칠 수 없는 것도 아니야─. 서점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음에 가게 되면…"

 "내가 사올게."

 "지금 당장─?"

 "응."

 "가, 같이가─."

 "아니, 괜찮으니까 여기서 기다려."

 원하는 연주를 듣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서점을 세 군데나 둘러봤지만, 결국 악보를 구하지는 못했다.

 쥬시마츠는 의기소침한 내 등을 토닥여주고는 평소 내가 좋아하는 곡을 다섯차례나 쉬지 않고 연주해주었다.

 연주를 하고 있을 때 그는 언제나와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과 다른, 상당히 온화한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은 꽤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미로운 연주를 들으면서도 계속 눈을 감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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