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 머슬머슬─!!! 허슬허슬─!!!"

 현관의 문이 탁─,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격하게 열림과 동시에, 여느 때와 다름없는 쥬시마츠의 힘찬 목소리가 온집안에 울려 퍼진다. ─바닥에 엎드린 채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흠칫 놀라며 서둘러 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은 척을 한다. 그가 모퉁이를 돌아서 나를 발견하는 순간 꽤나 재미있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 기대하며.

 쥬시마츠의 발을 내딛는 기세에 바닥이 타닥타닥 진동을 일으켜 연기에 집중을 하기 어려웠지만,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완벽한 페이스가 흐트러뜨려지는 일은 없었다. 쥬시마츠가 나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때 즈음 그의 발소리가 뚝 멈추는가 하면, 이윽고 숨소리 조차 들려오지 않는 짙은 정적이 주변을 애워싼다.

 작전성공이구나. 자, 비명을 지르던지, 울던지, 뭐든 좋아, 쥬시마츠. 얼른 내가 이 지루한 연기를 그만두고 시원하게 웃을 수 있게 해줘. ──그렇게 중얼거리며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터벅터벅─. 끊어졌던 발소리가,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들려온다. 죽은 척을 하고 있는 와중에는 자신의 청각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이어서 섬유가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머리맡에서 강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쥬시마츠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죽은 사람을 발견한 사람 치고는 꽤나 여유로운 움직임이다.

 "저기──. 죽었어──?"

 흔들흔들─. 쥬시마츠의 손에 의해 몸이 점점 격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무너질 내가 아니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장차 20분을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이 장난은 한 번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 어떻게든 자신의 기다림이 헛수고가 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잠깐만이라도 그를 속여야지만 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저기─. 있잖아──. 죽었어──?"

 흔들흔들─.

 "죽었어─? 죽은 거야──? 응─?"

 예상 외의 밝은 목소리에, 조금 당황한다. 얼핏 들으면 자는 사람을 깨우는 상황이라고 생각 될 만큼. ─혹시 이미 눈치 채버린 건가. ─하기야, 아무리 순수한 성격이라고는 해도 쥬시마츠는 어른이다. 그의 또래가 이런 유치한 장난에 속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인가 쥬시마츠라면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했다.

 "……."

 감았던 두 눈을 떠, 밝은 시야를 되찾는다. 바닥에 맞닿아 있는 쥬시마츠의 무릎─, 그가 언제나 입고있는 밝은 느낌의 노란색 티셔츠─, 그리고 열려 있는 입. ──'아… 쥬시마츠구나…' 그의 크고 작은 사소한 특징들이 하나하나, 차례로 나를 맞이해준다. 그의 해맑은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짓궂은 장난을 치려했던 것이 조금은 후회된다. 어차피 실패했지만.

 "에─. 죽은 척하기 벌써 끝──?"

 "응, 끝이야. 내 패배."

 손을 들어 입을 가리는 순간 기다란 소매가 펄럭인다. 정갈한 눈썹이 깨끗한 아치모양을 그리며 씰룩 움직이는가 하면,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향한다. 쥬시마츠의 기후는 오늘도 맑음.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푸른색의 하늘을 연상시킨다. ─이래서 이 남자는 어른인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이다.

 "에헤헷─. 재밌었어──."

 "나는 그냥 가만히 누워 있었을 뿐인데."

 장난이란 것을 알고 있는 쥬시마츠의 눈에는 조금 한심한 인간처럼 보였는지도. ──아프지만, 차마 그런 생각을 부정할 수 없다.

 "너랑 노는 건 뭐든지 재밌어─. 그리고 기뻐──."

 "기뻐?"

 "응! 나를 속이려고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동안, 나를 쭈욱─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헤헤헷──."

 "거짓말…"

 돌연 혼잣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설마하니 이런 상황에서, 쥬시마츠가 내게 그런 말을 해줄 거라고는… ──갑자기 심장을 저격해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버렸다.

 문득 쥬시마츠의 얼굴에 의아함이 비친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의미로 그렇게 말했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언제나 내게 친절하니까.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