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딱히. 그냥 기분이 조금 우울하고 몸이 나른해. 단순한 무기력증인 것 같아."

 "단순한 일이라면 단순한 일로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까─? 멋진 그림을 보거나, 감미로운 음악을 듣거나, 좋은 향기를 맡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그런 거─."

 "만약 그럴 기운 조차 없다면?"

 내가 진지하게 묻자, 쥬시마츠는 피식 웃었다.

 "그럴 땐 그냥 푹 자는 게 좋아─. 분명 지쳐있을 테니까─."

 "잠이 오지 않으면?"

 "음─."

 조금 집요하게 느껴질 만도 하건만. 그는 나의 질문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내게 이전보다 더욱 상냥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마─."

 나는 그런 그에게 또 한 번 물었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

 그러자 쥬시마츠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대답했다.

 "좀 더 열정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마─!"

 나는 작게 궁시렁거리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게…"

 그는 내게 팔을 두른 채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도움이 안 되서 미안. 나 바보니까, 이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아─."

 나는 그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기대고 마음을 가라앉히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고마워. 너와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나는 것 같아."

 "정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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