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자는 꺾꽂이를 하고, 초설은 휘묻이를 해서 번식시킨다. 치자는 인공수정을 시켜도 열매가 맺지 않고, 초설은 꽃이 필 확률이 매우 적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구나…" "우우우우읏─." 아침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식물백과사전을 덮고 시원하게 기지개를 편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남에게 빌린 물건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은 좋지 않으니, 슬슬 쥬시마츠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 같다. … … … "쥬시마츠 안에 있지? 들어갈…" 문을 여는 순간 새삼 자신이 조금 뜸을 들였어야 했다는 것을 떠올린다. 어째서 언제나 잊어버리는 걸까. 그래도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득 나의 시야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쥬시마츠가 들어온다. 심지어 벗는 도중의 모습. 두 팔을 위로 뻗고서 막 티셔츠를 벗으려 하고 있다. "어엇─…" 그가 나를 보자마자 서둘러 다시 옷을 입는다. 남자의 반라 따위 수영장에 가면 널리고 널린 광경이건만, 이상하게도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 마다 민망함에 낯이 뜨거워진다. 보는 쪽이나… 보이는 쪽이나… "미안해. 난 그냥 책 돌려주려고…" "으응─. 괜찮아─." 오소마츠라면 나를 변태라고 놀릴 테고, 쵸로마츠라면 십중팔구 조심성이 없다며 잔소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쥬시마츠는, 전에도 그랬듯이, 그저 괜찮다며 웃을 뿐이다. 아무리 호방한 성격이라 해도 갑자기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게 정상인데. 카라마츠도 그렇지만… 이 남자, 상냥해도 너무 상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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