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나서 조금 빈둥거리다가 형제들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니, 다들 목욕탕에 갔는지 없다. 주인 없는 방에 멋대로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이 나를 안쪽으로 이끈다. 나는 두어걸음 앞으로 나아가다 걸음을 멈추고 탁상 위를 내려다보았다.
"…쥬시마츠 휴대전화기 두고 갔네." 그냥 구경을 좀 할까 해서 만져본 것이었는데, 설마하니 잠금이 걸려 있지 않은 줄은 몰랐다. 홈버튼을 누르자 마자 액정에 비추는 것은 깔끔한 배경화면.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를 하자 곧바로 아기자기한 어플의 아이콘들이 나를 맞이해준다. 「화훼 커뮤니티」 「꽃사진 모음집」 「식물대사전」 「Live야구」 「야구백과」. . . . 휴대전화기주인의 관심사와 취미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게임이라던가 그 밖의 실생활어플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앨범에는 어떤 사진이 들어 있을까. 딱히 내가 궁금해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멋대로 앨범에 들어가 쥬시마츠가 찍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살펴본다. 온통 꽃과 나무로 가득한 가운데 혹시나 여자의 사진은 없는지. "이건…" 이 이미지를 보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 * * * > 무의식중에 사진을 계속 넘기다 돌연 액정을 채우는 문구에 멈칫, 한다. 기기 자체에도 잠금을 해놓지 않고는 뜬금없이 여기서 비밀번호를 요구하다니. 대체 무슨 사진이길래 감추려고 하는 걸까. 네 글자라면 생년월일이라던가 이름의 이니셜이라던가 그런 것이 곧바로 떠오르지만, 세 글자는 조금 애매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 글자로 사용할 수 있는 문자의 조합은 그다지 없으니까. 그런데. . . .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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