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출한데 뭔가 먹을 것이 없을까. 냉장고 문을 열자 왠지 낯설지 않은 생김새의 작은 페트병이 눈에 띄었다. 세간에서 '알파쥬스'라고 불리우는 희한한 음료. 눈앞에서 살짝 기울여보니, 얼핏 물과 비슷한 것이 창가를 통해 들어온 빛과 만나 반짝거렸다.
"다녀왔습니─ 머슬머슬─! 허슬허슬─!" 그때 현관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외출했던 형제들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나는 가만히 병을 바라보고 있다가 쥬시마츠가 주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생각했다. 그는 감마이고, 감마는 언젠가 알파 혹은 오메가로 변화하게 된다. 아무도 그 시기는 알 수 없다. 대부분 성장기의 막바지에 시작하지만 드물게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서 하거나 일생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찌보면 일생 불안을 안고서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고, 그것은 변화하는 본인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나는 쥬시마츠가 병을 보지 못하도록 싱크대쪽으로 돌아서서 유리컵에 쥬스를 따랐다. 그리고 그냥 물인 것처럼 목이 마른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에게 자연스레 컵을 내밀었다. "고마워─." 꿀꺽꿀꺽. 쥬시마츠는 평소와 같이 컵을 말끔히 비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캬─." 그는 웃으며 소매로 입을 닦고는 유리컵을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다. 딱히 감탄사 같은 것을 내뱉지 않아도, 그의 얼굴이 이미 상쾌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번 내가 알파쥬스를 마셨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 그때 나는 약간 쌉싸름한 물을 마시는 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결코 맛있다던가, 속이 개운하다던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쥬시마츠가 물을 마시고나서 밝게 웃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쥬시마츠, 잠깐 아 해볼래?" "어째서─?" "묻지 말고, 아 해 봐." "아아──." 나는 약간 긴장한 채로 쥬시마츠의 입안을 들여다보았다. 정확히는 송곳니가 난 쪽을.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빨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살짝 날카롭긴 했지만 평범한 정도로, 실제 알파들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변화가 시작되면 어차피 머지않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알파들에게 들키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불안하던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거짓말, 방금 겁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잖아─." "이제 괜찮아. 신경쓰지 마." … … … 지금도 충분히 괴로운데, 쥬시마츠 마저 알파가 되어 버리면. . . . 그때는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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