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가아가는 길. 오늘은 쥬시마츠와 함께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은근히 나를 괴롭혀오던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

 쥬시마츠에게 이를 숨기기 위해, 나는 계속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슬슬 한계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입으로 내뱉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괜찮아─?!"

 정신이 오락가락한 와중에도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평범한 빈혈일 뿐인데, 적잖이 당황한 그는 아니나다를까 나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

 이래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던 거다.

 환자취급을 받는 것도 싫지만, 쥬시마츠를 걱정시키는 것만은 정말 원치 않는다.

 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건 명백한 죄다. 죄.

 누가 뭐래도 그는 천사이니까.

 …

 …

 …

 "난 괜찮아. 잠깐 발을 헛디뎠을 뿐이야."

 "거짓말! 아닌 척 하고 있지만, 너 아까부터 계속 상태가 안 좋잖아. 안색이 무지 나쁘다구─."

 "………"

 하지만 천사이기 때문이야말로, 쥬시마츠는 언제나 내게 관심을 가지고, 나를 지켜봐준다.

 아무리 내가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해도, 그에게는 결국 들켜버리고 만다.

 …

 …

 …

 "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업어줄게─."

 "괜찮아, 짐도 많은데."

 "빨리 업혀."

 늘 '─.'하고 말끝을 늘어뜨리는 쥬시마츠의 상냥한 말투가 이렇듯 짧게 바뀔 때는, 평소와 달리, 나의 고집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쥬시마츠는 단지 모두에게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은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 자신의 의사가 없다던가, 우유부단하다던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가 진지하게 업히라고 하면, 나는 그것이 폐를 끼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야만 한다.

 …

 …

 …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형을 볼 면목이 없어져. 그러니까 나는 언제라도 너를 소중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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