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했더니 배가 출출하다. 저녁 먹을 시간은 한참 멀었는데. …나는 햇빛을 좀 쬐야겠다는 생각에 전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빨간 사과를 하나 꺼내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침 지붕 위에서 쥬시마츠와 이치마츠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얗고 뿌연 담배연기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지만, 나는 크게 개의치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상냥하게도, 그들은 나를 보고서 곧바로 담배를 기왓장에 눌러껐다.

 "미안해─." 쥬시마츠가 기다란 소매로 연기를 날려보내며 말했다. 한편 이치마츠는 새삼스레 사과할 필요가 있냐는 듯이 무심한 얼굴을 하고는 내 손에 들려있는 사과를 쳐다보았다.

 "뭘 치사하게 혼자 먹으려는 거야." 그가 말했다. 얼핏 들으면 내게 따지고 있는 듯한 말투였지만 사실 그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늘도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셋이서 나눠먹자."

 나는 쥬시마츠가 내어준 자리, 두 남자의 사이에 앉은 뒤 사과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내 힘으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끄응…"

 "이리줘─." 내가 낑낑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쥬시마츠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애를 쓰다가 결국 그에게 사과를 넘겼다.

 쩍─.

 쥬시마츠의 손에 넘어간 사과는 정말 허무하게도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자, 받아─."

 나는 반쪽짜리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서 옆에 있던 이치마츠에게 내밀었다. 늘 그렇듯 이치마츠는 손을 쓰지 않고 내가 내민 것을 받아먹었다. 게으르긴 해도 그런 그가 딱히 싫지는 않았다. 아니, 어떤면으로는 귀여웠다. 이번에는 큐트한 남자보다 터프한 남자가 더 좋았지만.

 "이거 맛있다."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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