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이 살갗에 부딪혀 의식을 깨우면, 이제는 이 꿈에서 더이상 볼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잠을 물리쳐 눈을 뜬다. 아─. . . .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는 친구의 얼굴. 내가 무릎을 베고서는 멋대로 잠을 자는 바람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분명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제 풀에 지친 거겠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슬쩍 쓰다듬는다. 그러자 바람인지 나인지 그가 까만 눈썹을 움찔 하며 눈을 떠 나를 바라본다. 잠결에 흐릿하면서도 깊고 맑은 두 개의 눈동자. 그의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그 일정한 고동이 마치 내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곁에 있는 이 시간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잘 잤어?" "응─… 후아암─. 바람 기분 좋다─…" "나는 목이 아파. 쥬시마츠의 허벅지가 목석처럼 딱딱해서." "아… 미안─." 쥬시마츠는 내 목과 어깨가 만나는 부근을 손으로 짚고 뭉친 근육을 살살 주물러 풀어주었다. 매일 배트를 휘두르는 것을 보면 상당히 서툴고 거칠 것 같지만, 그의 손길은 의외로 부드럽고 능숙했다. 그가 주무르는 것을 멈추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노란 소맷자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쓸어넘겼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 손은 누구 거야?" "내 거─. 하지만 지금은 네 것으로 해줄게─."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렇듯 쥬시마츠는 종종 너무나도 능숙하게 내 마음을 파고든다. 하지만 그것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여름의 아지랑이와도 같아서 실제로 내가 얻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쥬시마츠는 정말 의외로 나쁜남자구나." "그럴까나─. 하하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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