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다른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쥬시마츠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

 점심을 먹은 뒤 계속 나른한 기분이 들어서 쥬시마츠와 잠깐 캐치볼을 하러 나온 것이었는데, 어느덧 노을빛이 넓은 공터와 두 사람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모래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숨을 돌리고 있노라면, 어딘가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마을내에서 자주 마주치는 고양이였다. 조금 묘한 생각이긴 하지만 흙먼지 때문에 옷과 얼굴이 더러워진 쥬시마츠와 오랜 길거리 생활로인해 꾀죄죄해진 고양이는 적막한 공터에서 제법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였다. 그는 아이와 놀아주듯이 두 손으로 고양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오늘은 그도 조금 지쳤는지, 평소의 해맑은 웃음이 조금 차분하게 느껴졌다.

 "그치만 처음에는 너도 '이 녀석 머리가 약간 이상한 거 아냐?'라고 생각했지─?"

 "이상하다까지는 아니고, 특이하구나- 라고는 생각했어. 쥬시마츠와 있을 때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일일이 당황하곤 했었지. 하지만 이젠 괜찮아. 딱히 내가 너에게 익숙해진 게 아니야.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나는 너에게 순수하게 이끌렸어."

 "……."

 쥬시마츠는 고양이를 내려놓은 뒤 근처의 벤치에 앉았다.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지만, 사실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과 달라─. 나도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면 무서워─."

 "정말?"

 "응."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쥬시마츠의 옆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가 뻐근함이 느껴지는 손목을 가볍게 스트레칭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삶의 주인은 나니까, 난 될 수 있는 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싶어─. 실제로 내게 그것이 가능케하는 힘 같은 건 요만큼도 없는데도 말야─. 이건 용기보다는 오기일지도 몰라─. 언젠가 나 스스로 무너져내릴지도 모르고─."

 쥬시마츠가 웃을 때, 그러니까 그의 웃는 얼굴을 볼 때, 나는 언제나 자신이 그 밝음과 명랑함에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단지 그 뿐, 쥬시마츠가 자신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웃음에 담긴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아름답다', '눈부시다'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설령 쥬시마츠가 보통 사람들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쥬시마츠도 가끔은 웃는 것이 괴로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의 마음속에서 그 괴로움을 외면할 수 있게 하는 걸까.

 "저기…"

 "?"

 "쥬시마츠는 말야, 고등학생 때… 왜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의 형제들에게 들었다. '원래는 지금과 같은 성격이 아니었어.', '어렸을 때는 엄청 성실했지. 머릿속에 집과 학교밖에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옛날에는 뭐든지 윗사람의 결정에 따랐으니까 동생으로서 다루기 쉬웠는데 말야, 지금은 뭐랄까,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야.' …어쩌면 쥬시마츠는 과거에 스스로 달라지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인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이 세상에는 나 같은 녀석도 한 명 쯤 있어야 재밌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

 "그것 뿐이야?"

 "응, 그것 뿐─."

 밤이 다가오면서 노을의 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를 향해 웃어보이는 쥬시마츠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더 밝게 빛났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그의 말이 일말의 가식도 없는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쥬시마츠는 아주 단순한 이유라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아마도 그는 분명 스스로 변하고자 마음을 먹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줄곧 무의식 중에 참고 있다가 어느 순간 번뜩 깨달았을 수도 있다.

 쥬시마츠의 눈에 이 세상이 어떤 식으로 비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제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웃음도, 그의 특이한 행동들도.

 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무섭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다름아닌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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