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아져 적녁을 먹고 집을 나설 때 즈음엔 온 마을에 노을이 내려앉았다. 공원의 분수대 근처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거닐고 있었지만 구석진 곳에 위치한 농구코트엔 나와 쥬시마츠 두 사람 뿐이어서, 바람소리와 우리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농구공을 손에 쥔 나는 주홍빛 하늘 가운데 검게 그림자가 드리운 골대를 올려다보았다. 쥬시마츠가 그런 내 뒤에서 나를 감싸안으며 자꾸만 밑으로 내려가는 두 팔을 받쳐주고 있었다. 농구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거웠지만, 내 수준을 잘 알고 있는 쥬시마츠가 매우 친절하고 세심하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그다지 힘이 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저기 골대의 가장자리에 하얀 네모가 그려져 있는 게 보여─?"

 "응."

 "커다란 네모 안에 작은 네모가 있지─?"

 "(끄덕)"

 "처음에는 저 작은 네모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거야─. 자─."

 나는 쥬시마츠가 이끄는대로 자세를 잡은 뒤 골대를 향해 공을 던졌다. 힘이 부족했는지 공이 골대의 모서리를 맞고 튕겨나왔다. 그러나 쥬시마츠의 말대로 하니 공을 넣는 것이 이전보다 한결 쉽게 느껴졌다. 그가 가르쳐주기 전까지는 줄곧 내가 던진 공이 네트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쥬시마츠는 공을 주워 내게 건네주고는 다시 내 뒤로 돌아왔다. 그가 이끄는대로 한 번 더 공을 던지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작은 네모의 가운데 부딪히더니 그대로 네트를 통과해서 땅 위에 떨어졌다. 이윽고 쥬시마츠가 내 앞으로 걸어나와, 나와 마주섰다.

 "잘했어─. 그럼 다음으로 드리블하는 법을 가르쳐줄게─. 일단 네가 하는 걸 보여줄래─?"

 "알았어."

 나는 tv에서 본 것을 떠올리며 손에 쥐고 있던 공을 땅에 내질렀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달리 공은 전혀 튀어오르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쥬시마츠가 그 공을 주워서 내게 돌려주며 말했다.

 "좀 더 힘을 넣어 봐."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다시 한 번 힘껏 공을 땅에 내질렀다. 이번에는 그래도 조금 튀어올랐다. 그리고 역시나 데굴데굴. 그 후로도 몇 번 더 시도해보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공을 내질렀고,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공이 땅에 부딪히는 순간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통─ 하고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눈을 뜰 틈도 없이 나는…….

 퍽──!!!

 튀어오르는 공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괘, 괜찮아─?"

 "……."

 솔직히 말하자면 아픈 것보다는 부끄러움이 더 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 그런 단단한 공에 맞으니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통증이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킁- 하고 콧물을 삼키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 쥬시마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펴보는 동안에도 계속 코가 윙윙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쥬시마츠와 함께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당분간 무리일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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