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개뭉개. 햇님을 따라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가르며 콧노래를 부르고, 휘적휘적 거리를 활보한다. 오늘은 소중한 사람과 산책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생각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친구의 해맑은 표정을 보고 웃음을 짓노라면, 문득 어디에선가 마음을 녹이는 꽃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니 그 향기에 가슴속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디지? 어떻게 생긴 꽃인지 한 번 보고싶다…"

 "이건 금목서의 향기야. 어디에 피어 있는지 내가 알고 있어."

 그냥 홀로 중얼거렸을 뿐이었는데, 어느덧 내게 가까이 다가온 쥬시마츠가 내 손 잡아끈다. 그를 따라 어느 공터에 도착하니, 정말로 짙은 꽃향기가 난다. 사람 키만한 두 그루의 나무에 주홍빛의 꽃이 바글바글 피어 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심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잠깐 향을 맡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좋다. 꼭 향수냄새 같아."

 "실제 이 꽃은 향수나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해─."

 "헤에─. 그런데 쥬시마츠는 이 나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이 마을에 피어 있는 꽃들은 너무 흔하지 않으면 대부분 기억하고 있어─. 어떤 꽃이 어디에 있는지─…"

 "정말? 그럼 다른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쥬시마츠가 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것이 꽃에 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애정을 훨씬 뛰어넘는 커다란 것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집에서 딱히 화초를 기르거나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제보니, 그는 화초를 가꾸는 일보다도 그냥 꽃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

 "지금은 라일락이 한참 필 때니까 그리로 갈까. 그리고 그 다음엔… 분꽃나무를 보러 가자. 둘 다 금목서 만큼 향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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