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오소마츠에게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뭘 골라야 좋을지 모르겠어."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있어─?"

 "아니. 하지만 처음에 해바라기로 할까 생각하긴 했었어."

 "언제나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라는 의미로─?"

 "응……."

 쥬시마츠는 내가 오소마츠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서로 터놓고 얘기해도 딱히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되니 쑥스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가 오소마츠의 친동생이기 때문일까. 평소와 같이 웃고 있을 뿐, 그는 딱히 내 속마음을 알고 있다고 해서 능청을 떨거나 하지 않는다. 활발한 성격의 그로서는 오히려 진지하게 상담에 임해주고 있다. 그러니 나도 좀 더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라면 해바라기보다는 루드베키아가 좋을 거야─."

 "루, 루드베이카?"

 "루드베키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 어떤 꽃이야?"

 "그건 말야……."

 …

 …

 …

 다음날. 오소마츠는 아침에 외출을 했다가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는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꽃을 선물했다. 쥬시마츠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중 하나인 해바라기를 제쳐두면서까지 내게 추천해주었던 루드베키아라는 꽃이었다.

 생각지 못하게 꽃다발을 품에 안은 오소마츠는 여자에게 그런 선물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며 얼굴을 조금 붉히고는 내게 꽃의 의미를 물었다. 그때 나는 전날 쥬시마츠가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언제나 태양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도 죽을 때는 고개를 숙이잖아? 루드베키아는 살아 있을 때도 죽을 때도 태양을 바라보며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아─. 꽃말은 영원한 행복─. 풀이하자면 '영원히 당신만을 바라보겠습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라는 뜻이지─. 선물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처음 해바라기를 떠올렸던 이유는 그것이 가진 꽃말이 나의 바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신만을 바라보겠습니다' 그 말처럼,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루드베키아가 가진 의미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선물을 하는 것은 오소마츠에게도 꽃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선뜻 오소마츠에게 꽃의 의미를 알려주지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루드베키아의 의미가 뭔지 알았어. 뭐야, 그게. 영원히 너만 바라보면서 그걸 행복으로 삼으라는 뜻─? 여태껏 널 기다려온 나에 대한 고차원개그인 거야─? 사르카즘─? 나 이제 어린애 아니니까─. 네가 아닌 다른 여자도 좋아할 수 있고, 옵션은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야─. 착각하지 말라고─."

 그가 선물의 의미를 잘못 이해했을 리 없다는 것, 그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정도는 아무리 둔한 나라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내 볼을 양쪽으로 쭉 늘어뜨렸다. 하지만 나는 볼이 아니라 가슴이 아팠다.

 그는 전부 알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흔들리고 있다는 것. 처음 루드베키아의 뜻을 알았을 때 그로서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애써 사실을 외면했다. 그것에 대해서 말을 꺼내면 겉잡을 수 없어질 테고, 그로인해 내가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은 원치 않았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았고,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그의 눈동자가 쓸쓸함을 비치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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