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아아아아──."

 "자, 빨리 받아."

 "응─!"

 딱히 작정하고 꽃을 사러 나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산책을 하다가 플라워가든이라는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노란 프리지아에 마음을 빼앗겼을 뿐. 자신을 위해서는 아깝고, 기왕 사는 것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이 지금 내 앞에서 꽃처럼 웃고 있는 남자, 쥬시마츠다.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렇게 기뻐할 줄이야.

 "그… 뭐냐… 쥬시마츠는 언제나 꽃과 가까이 있으니까, 자신이 선물을 하는 경우는 많아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경우는 그다지 없을 것 같아서… 가끔은 이런 것도 좋겠지 하는 생각이…"

 "기뻐─! 정말 기뻐──!!!"

 홍조로 물든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이 내게로 향하는가 하면, 쥬시마츠가 나를 끌어안고 내 뺨에 답례의 키스를 했다. 조금 과장해서 잘나가는 애인에게 다이아목걸이 따위를 선물받은 여자처럼. 기껏해야 '고마워'같은 형식적인 인사를 예상하고 있던 나는 그 순간 자신이 쥬시마츠에 대해 생각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얼굴은 어떻게 봐도 진심.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나 프리지아 정말 좋아해─. 꽃은 다 좋지만─. 이건 네가 준 거라서 더 좋아─. 좋아좋아좋아──."

 나는 쥬시마츠의 등에서 핑크색의 하트가 무수히 뿜어져나오는 착시현상을 겪으며 자신의 눈을 부비적거렸다. 그러나 하트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뿅뿅, 뿅뿅, 하고.

 …

 …

 …

 며칠 뒤.
 어째서인지 쥬시마츠가 평소와 같이 운동을 하러 가지 않고 하루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가 있다면 '머슬머슬 허슬허슬' 같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올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 날 집안은 너무 조용했다.

 "들어갈게."

 나는 방에 홀로 남아있을 쥬시마츠에게 양해를 구한 뒤 문을 열었다. 텅 빈 방, 베란다의 열린 틈 사이로 쥬시마츠의 흥얼거림이 들려오고 있었다.

 "──♪"

 "쥬시마츠."

 화분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어깨를 들썩이고 있던 그는 그제서야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햇살을 머금은 환하고 따뜻한 웃음을 내게 보여주었다.

 "꽃구경하러 왔어─?"

 "응."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두손으로 턱을 괸 채 일부러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꽃이 바로 너야.' 그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쥬시마츠가 얼굴을 붉히며 내 시선을 피했다.

 "어라…"

 베란다 한켠의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화분들 가운데 노란 프리지아꽃이 문득 눈에 띄었다. 그 모양새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저거 혹시 내가 선물했던 그거야?"

 내가 화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묻자, 흙을 다듬고 있던 쥬시마츠가 그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응, 맞아─."

 그게 아직도 시들지 않았다니. . . .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쥬시마츠에게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너한테 모처럼 선물 받은 걸 그냥 화병에 꽂아두기는 아까우니까, 생장점에 발근촉진제를 발라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도록 했어─."

 "뿌리를 내려? 그게 가능해?"

 "물론─."

 화분에 심어져 있는 것을 보고 설마 하긴 했지만 이미 며칠이 지난 꽃을 그렇게나 생생한 모습으로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미 줄기가 잘린 꽃을 살려내는 방법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으니까.

 꽃을 좋아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쥬시마츠에게, 어찌보면 그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고마워."

 "뭐가─?"

 "내 마음… 살려주고 보살펴줘서."

 나는 쑥스러움에 목소리를 죽이고 고개 또한 모로 돌렸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는지, 쥬시마츠가 삽을 내려놓고서 나를 끌어안았다.

 "끝까지 멋지게 키워낼 거야─."

 문득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꺾이고, 잘리고, 부러지고… 그런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지만, 무엇보다도 살아있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꽃도, 사람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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