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압──!!!"

 쿠당탕─…

 모처럼 직접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다른 것은 다 되었고, 기름을 뺀 참치와 사워크림을 섞은 뒤 거기에 케이퍼를 갈아서 넣을 차례였다. 그런데 케이퍼가 들어 있는 유리병의 뚜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기를 쓰다가 싱크대의 모서리에 옆구리를 부딪혀서 괜히 상처만 얻었다.

 "레슬링─? 레슬링하는 거야─?"

 그때 문득 주방 입구에서 쥬시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문에 기대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었다. 조금 전 내 기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가 싶어 와본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 뚜껑이 안 열려서……."

 내가 허리를 손으로 짚으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하자, 쥬시마츠가 주방으로 들어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아직 새것이라 조금 묵직한 느낌의 유리병을 받아들고 다리를 11자로 벌려 무언가 준비자세를 취했다. '히야아아압──!!!' 이윽고 그가 소리쳤다. 하지만 소리만 칠 뿐, 어째서인가 그의 손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뚜껑이 열리지 않는 게 아니라, 그가 힘을 주지 않고 있었다.

 "?"

 그는 조용히 자세를 고쳐잡은 뒤 아까 내가 부딪혔던 싱크대의 모서리에 병을 탁탁 내리쳤다. 그런 다음에는 너무나도 쉽게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조금 전의 기합은 그냥 해본 것이었나……. 밀려드는 허무함에 얼이 빠졌다.

 "이렇게 병을 몇 번 두드리면 뚜껑 안쪽의 압력이 낮아져서 금방 열려─."

 역시 아는 것은 많을 수록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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