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를 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후… 우리는 위기에 직면했다.
"하아─. 하아─…. 하아… 아… 젠장……." 이치마츠의 히트싸이클이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시작해버린 탓에 미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아… 뜨거워… 뜨겁다고… 얼음… 얼음물… 아……."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집안의 일원들은 모두 분주해졌다. 알파인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군은 만약을 위해 자리를 피했고, 쵸로마츠는 약을 사기 위해 시내로 뛰어갔고, 쥬시마츠는 옆집에 얼음을 빌리러 갔고, 토도마츠는 뒷마당에서 빨랫줄에 매달려있는 깨끗한 수건을 전부 걷고 있다. 히트싸이클이 오면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기 때문에 그 만큼 많은 수건이 필요하다. "이치마츠, 조금만 참아." "아… 빌어먹을…! 건드리지 마…! 아아… 우라질! 염병! 아…! 하아─… 하아……." 무심코 이치마츠의 등에 손을 얹었다가 매몰차게 뿌리쳐지고 말았지만 딱히 기분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가 계속해서 상스러운 욕을 내뱉는 것도 전부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지난번 히트싸이클 때 토도마츠에게 온갖 진상이란 진상은 다 부려가며 민폐를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도마츠는 내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같은 오메가라면 더욱 그래야만 한다. 지금 이치마츠는 미리 약을 먹지 못한 탓에 자신의 페로몬에 녹다운이 된 상태다. 분명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제발 얼음좀 줘… 제발… 너무 뜨거워… 미쳐 버릴 것 같아… 죽을지도 몰라… 쥬시마츠자식,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얼음…!!! 얼음 달라고…!!!" 이것은 이치마츠에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히트싸이클이다. 여태껏 내심 오지 않았으면 했지만, 막상 힘들어하는 이치마츠를 보니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저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알파가 되면 더이상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기에. "내가 쥬시마츠에게 가볼게. 빨리 돌아올 테니까…" "안 돼!!!"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이치마츠가 내 팔을 붙잡는다.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욕망에 굴복한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혼자가 되는 것은 무섭다. 히트싸이클은, 그것이 가져다주는 어지러움은 자기 자신 조차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가지마… 너한테 이상한 부탁 하지 않을 테니까… 그냥…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니까… 제발… 하아… 하아……." "알았어, 여기 있을게. 아무 데도 안 갈 테니까 걱정 마." "미안…" "괜찮아." 더이상 무슨 말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내 옷소매를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치마츠의 머리맡에 대고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