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마츠, 전에 새로운 머그가 필요하다고 했었지?"
"그랬었지…" "여기, 사왔어." 막 장에서 돌아온 나는 바구니 안의 잔을 꺼내 이치마츠에게 건네주었다. "짐이 많으면 부르지 그랬어… 바로 나갔을 텐데. 어쨌든 고마워." "천만에. 그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실은 나도 머그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중이었거든. 오늘 마켓에 가니까 마침 좋은 게 세일을 하고 있더라구. 1+1이라 똑같은 걸 두 개 사버렸어." "헷갈리지 않게 표식을 해둬야겠네." "난 내 이름을 적을게. 이치마츠는?" "글쎄… 나도 이름을 적지, 뭐." … … … 한가로운 오후. 이치마츠와 나는 함께 탁상 앞에 앉아 따뜻한 우유로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번 똑같은 디자인의 것을 두 개 사서 그와 나눠가진, 손잡이 부분에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머그잔을 이용했다. 그러던 중 정적이 흐르던 방 안에 탁─!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아침 일찍 운동을 하러 나갔던 쥬시마츠였다. 그는 나와 이치마츠를 두어 번 번갈아보더니 여전히 밝게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 같은 컵을 사용하고 있네. 커플컵─?" "그런 거 아니야." "헤에─." 그는 이전보다 한결 차분해진 걸음으로 다가와 내 근처에 앉았다. "그러고 있으니까, 엄청 다정해보인다. 하하핫─!" 그가 말하자, 말없이 우유를 홀짝이고 있던 이치마츠가 입을 열었다.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그치만 보기 좋은걸─." 이치마츠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표정으로 쥬시마츠와 대화를 하면서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태도에 익숙해져 있던 쥬시마츠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응원할게, 두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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