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함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낯익은 상표의 초콜릿봉투. 안을 들여다보니, 형제들의 손을 거치면서 거의 다 사라지고 딱 세 개만이 남아있다.
이건 당장 먹어치우고 버리는 편이 좋겠지. 누구 건네줄 사람이 없나 주변을 둘러본다. 애당초 이 초콜릿을 산 것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방 한 구석에 이치마츠가 멍하니 움츠리고 앉아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진 몰라도, 그의 빛이 없는 까만 눈동자에서 지루함과 피곤함, 쓸쓸함 등의 갖가지 어두운 감정이 느껴진다. 초콜릿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을 만들게 해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고, 얼핏 TV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치마츠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웃는 얼굴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치마츠, 초코 먹을래?" "(끄덕끄덕)" 초콜릿의 포장지를 직접 까서 이치마츠에게 내민다. 하지만 내게 되돌아온 것은 손이 아니라 '아─'하고 벌린 입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올라, 절로 따듯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거 맛있어? 다음에 장보러 가면 또 사올까?" "난 과자 들어있는 게 더 좋아." "알았어. 그럼 바삭바삭한 그걸로 사올게." 웃으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 갑자기 이치마츠의 손이 내 팔을 덥썩 붙잡는다. 무슨 일인고 하니, 그가 천천히 내게 다가와서 뺨 위에 쪽─ 하고 살며시 입을 맞춘다. 그답지 않은 행동이라 약간 당황스럽다. 하지만 자세를 고쳐잡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도리어 기분이 좋아진다. 방금 그건 고맙다는 말을 대신한 입맞춤이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오소마츠는 과자 들어있는 게 싫다고 투정부렸었지… 이번에는 그냥 이치마츠의 기호에 맞춰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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