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이치마츠와의 관계가 상당히 소원해졌다. 거의 눈을 마주칠 때 마다 장난을 쳤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그냥 짧게 몇 마디를 주고받거나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다. 우연히 피부가 스칠 때도 묘한 한기가 느껴진달까, 젠더변화로 인해 생긴 거리에 친구로서의 거리까지 더해져 더욱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날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이야기를 할 때 그들의 말을 엿들은 적이 있다.
"이치마츠도 슬슬 (페로몬이)폭주할 때가 됐지?"

 "아아. 나도 그맘때 즈음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거지?"

 "나도 그게 신경쓰인다. 너무 멀쩡해서 오히려 걱정이랄까."

 "왠지 그녀석… 우리랑은 다른 것 같지 않아?"

 "다르다니?"

 "악화되는 부분이 말야─… "
그러나 나는 그동안 이치마츠의 상태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내게 화가 났거나, 무언가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정하고서 고민을 해봐도 이렇다할 만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다.

 상대방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복도에 누워서 죽은 척을 한다라. 내가 생각해도 아주 유치한 장난이다. 이런 나를 보고 놀라거나 당황하기는 커녕, 이치마츠의 성격상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치마츠와 거리를 좁힐 방법이라고 하면 이런 것밖에 없다. 상대가 보통 사람이라면 평소보다 다정하게 대하거나 칭찬을 하거나 선물을 하거나 하는 방법을 떠올렸겠지만 이치마츠에 한해서는 그런 방법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먹혀들지 않는다.

 왜냐면 이치마츠는 어떠한 목적을 가진 누군가로부터 필요이상의 관심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 단순히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약간 혐오까지 느끼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목적에는 물론 그에게 관심을 사거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카라마츠가 '나는 널 믿고 있다'라는 말을 할 때 이치마츠에게 멱살을 잡히는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이치마츠는 남에게 무언가를 쉽게 요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면이 있다. 그런 이치마츠에게는 어쩌면 이렇게 능청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

 …

 …

 드르륵─.

 "다녀왔습니다."

 현관에서 들려오는 이치마츠의 목소리. 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전신의 긴장을 풀었다. 그가 신발을 벗고 복도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내 옆에서 걸음을 멈추는 순간까지 묵직한 발소리의 고동이 바닥에 닿은 뺨으로 전해졌다. 문득 그의 숨소리가 가까워져서, 나는 그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거나 하여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음을 알았다. 이윽고 부스럭거리는 소리,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소리, 그리고 연기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할까나…"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죽은 녀석이니까 멋대로 해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테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노라면 짙은 담배냄새가 나를 확 하고 덮쳐오며 어깨 위로 이치마츠의 숨결이 떨어졌다. 그는 뒤에서 나를 끌어안으며 내게 바짝 밀착하고는 스카프를 풀어 목에 키스를 했다. 처음 한 번은 분위기를 잡듯 뜸을 들이며 아주 짙게, 그 다음부터는 야릇한 기분이 들도록 일부러 쪽 쪽 소리를 내며 가볍게.

 나는 이치마츠가 키스에 열중하는 동안 살며시 눈을 떴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그의 손 뿐이었다. 그는 손을 움켜쥔 채 바닥을 짚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가 끼워져 있었다. 나는 담배의 심지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즈음 이치마츠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의 손이 팽팽하게 조이는 속옷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올 때 나는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꼈다. "읏…" 머지않아 입술사이로 작은 목소리가 새어나갔다.

 "방금 무슨 소리였지? 설마하니 시체가 말을 할 리는 없고…" 그는 담배연기를 한 모금 마신 뒤 후우─ 하고 내뱉었다. "뭐, 아무래도 좋나." 그리고 내 몸을 뒤집어, 자신을 향해 눕도록 만들었다.

 "이참에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야겠네. 아직 몸이 따뜻한 것 같으니…"

 이치마츠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나는 속으로 외쳤다. 쓰레기!!! 쓰레기!!! 이 쓰레기자식!!! 그러고서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이치마츠에게는 들리지 않을 외침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조금 전에 그랬듯이 내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내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떨어뜨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슥─. 슥─. 섬유가 스치는 소리에, 그의 평소보다 조금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아…"

 그가 내게 한 일은 단지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부비적거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전신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야릇한 긴장감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 남녀의 하반신이 서로 밀착되어 있는 거였으니까. 눈을 감고 있어도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이치마츠와 닿아 있지 않은 곳에서도 계속 자극을 받고 있었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내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대신해서 내 귀를 어루만졌다. 이 자식, 쓸데없이 좋은 목소리를 가져서는!!!

 "있잖아… 언제까지 죽은 척할 거야? 몸이 삐끗삐끗하고 있는데?"

 그래. 처음부터 몰랐을 리가 없다. 애당초 죽은 척으로 장난을 치는 것의 묘미는 당하는 쪽이 알면서도 그 바보 같은 연기에 능청스럽게 어울려준다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는 마치 기회라도 잡은 양 저항하지 않는 나를 멋대로 희롱했다. 아니, 그것은 희롱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추행이었다.

 정말 나는 어째서 계속 죽은 척을 하고 있는 걸까. 이치마츠를 골려주기는 커녕 도리어 내가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버텨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눈을 뜨기도 전에 "그만해─!!!" 하고 외치며 웅크리고 있던 몸을 확 펴서 이치마츠로부터 벗어났다.

 "어이, 어이… 위험하잖아."

 내가 눈을 떴을 때 이치마츠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이 변태!!! 쓰레기!!!"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뭘 그래."

 이치마츠의 손에는 여전히 담배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태연하게 연기를 마셨다가 내뱉었다. 당당하달까, 뻔뻔하달까, 그 여유로운 태도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이 소름끼치는 자식!!!"

 나는 내 나름대로 경멸의 감정을 담아 외쳤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이치마츠는 그 소리를 듣고 오히려 기쁜 듯이 웃었다.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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