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그 주제에 대해서 얘기해봤자 여기서 웃을 수 있는 녀석은 아무도 없잖아… 너도… 나도… 마찬가지니까."

 내가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돌연 이치마츠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확실히 그것은 우리에게 그다지 밝은 주제가 아니었다.

 이치마츠는 이 집에서 유일하게 나와 같은 오메가. 다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오메가였던 나, 우성인 나와 달리, 그는 감마에서 변화한 열성일 뿐이다.

 2차변화를 통해 점점 알파의 성질이 짙어져가고 있다곤 하지만 그는 아직 히트싸이클을 겪고 있다. 그 역시 페로몬을 억제하기 위한 약을 먹어야 한다.

 알파의 러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나는 적어도 오메가의 입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또한.

 이치마츠의 히트싸이클 때 쵸로마츠 대신 그를 간호하기도 했었지만, 며칠째 한숨도 자지 못하고 몽롱한 기분속을 헤메이던 그를 앞에 두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차가운 수건으로 그의 열을 식혀주는 것뿐이었다. 물론 이치마츠가 나를 돌봐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그 뜨거운 열기는, 누군가 원한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약이나 차가운 얼음으로 가라앉히는 것 뿐.

 우리는 그것을 3달에 한 번씩 매년 견뎌내야만 한다. 그 어떤 불평도, 한탄도 할 수 없다. 그저 견뎌내는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태껏 서로를 볼 때 마다 안쓰러운 기분이 드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고, 서로에게 어떠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끈'은 다음 주기 혹은 바로 그 다음 주기에 끊어져버릴지도 모른다.

 이치마츠가 완전한 알파로 변하고나면 실질적으로 이 집에 살고 있는 오메가는 나 뿐이 될 것이다.

 그 사실이 나를 조금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넌 좋겠다. 히트싸이클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되어서."

 "좋긴 개뿔이 좋아. 막상 겪어보면 알파라고 해서 그다지 편한 것도 아니야. 이건 그냥 '누군가에게 덮쳐지고 싶다'는 욕구가 '누군가를 덮치고 싶다'는 욕구로 변하는 것 뿐이라고."

 "그래도 난 다시 태어난다면 알파로 태어나고 싶어. 그러면 무서워할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잖아."

 "좋은 녀석을 만나서 각인해. 솔직히 말해서 난 쥐뿔도 희망이 없었지만 너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야."

 "싫어. 각인도 어차피 알파랑 해야 하는 거고, 각인 후에도 알파는 러트가 오면 난폭해지잖아. 어쩌면 날 때릴지도 몰라. 그러면 도망치지도 못하고 평생 그냥 맞고 사는 수 밖에 없으니까… 오히려 그 편이 더 무서운걸."

 "하지만 평생 이대로 살 수는 없어. 각인을 해야 약을 먹지 않고도 페로몬을 억제할 수 있고, 그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꼭 해야된다면 난 오메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이치마츠처럼 오메가에서 알파로 변한 사람과 할 거야. 만약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하게 되면 그땐 아예……."

 …

 …

 …

 "아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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