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야, 그건? 파스?"

 "제모패치야. 이걸 다리에 붙였다가 떼면 털이 뽑혀."

 "듣기만 해도 엄청 아플 것 같은데. 괜찮은 거야?"

 "그게, 도저히 내 손으로는 못 떼겠어."

 "그래서 나더러 해달라고?"

 "응. 부탁할게."

 …

 …

 …

 바닥에 앉아 이치마츠에게 다리 한 쪽을 맡기고,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이윽고 그의 손길이 느껴지는가 하면 패치를 붙였던 부위가 따끔거린다. 오랫동안 찔끔찔끔 떼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번에 시원하게 떼는 것이 낫다. 그것이 제모의 기본법칙이랄까, 미(美)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최소한의 고통이다.

 "그럼 간다."

 "0.1초만에 끝내줘."

 착─!

 "아아아아악!!!"

 "대단하네… 너 털이 이렇게 많았어?"

 이치마츠가 패치의 안쪽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까만 부스러기들을 신기한 듯이 내려다보며 묻는다. 그야 물론, 여자도 사람이니까 다리털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는 그나마 털이 얇으면서 드문드문 나는 편인데,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있다. 듣자하니 최근에는 모근에 레이저를 쏘아서 털이 나지 않게 하는 편리한 시술이 널리 퍼져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아픈 곳도 없는데 털 때문에 병원에 간다는 것은 조금 부끄럽다. 남자에게 패치를 대신 떼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 . .

 "이치마츠도 할래?"

 "사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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