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었더니, 잠시 화장실에 갔던 이치마츠가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티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배를 긁적이며 내게 다가왔다. 물렁물렁─. 나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꿈 참았다. 내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봤는지, 이치마츠의 얼굴에 약간의 의아함이 비추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소파에 털썩 앉아서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밥먹은지 30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햇살이 따스해서인지 또 낮잠을 자려는 모양이었다. 같은 시간 지붕 위에 널브러져 있는, 게으른 고양이들과 똑-같이.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과감히 이치마츠의 뱃살을 콱 움켜쥐었다. 더 이상 두고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순간 간지러움을 잘 타는 이치마츠가 으헉! 하고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이치마츠도 가끔은 운동 좀 해. 매일 먹고나서 바로 누우니까 몸이 점점 둔해지잖아. 살도 찌고." "좀 둔해지고 좀 찌면 어때. 그냥 내버려둬." 그는 귀찮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양쪽 소매 안에 손을 집어넣고 얼굴에 바로 내려앉는 빛을 피하기 위해 내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었다. 조금 더 냉정해지기로 마음먹은 나는 그의 팔을 들어 올려,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최근 거울 보고 있어? 이게 뭐야, 이게─. 완전 저질이야─. 저질몸매─." "으으…" 내 손가락이 살을 파고들자 옷에 얼굴을 묻고 꿈틀대던 이치마츠가 이를 악 물며 나를 홱 돌아보았다. "갑자기 운동을 하라고 해도… 대체 뭘 하라는 거야?" "저번에 보니까 너 농구 꽤 잘하던데. 다른 형제들이랑 같이 하는 건 어때? 쵸로마츠도 맨날 책만 들여다봐서 그렇잖아도 걱정이었거든."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네 걱정이나 해."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이치마츠가 내 뱃살을 움켜쥐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간지러움을 잘 타는 나는 꺅 소리를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이치마츠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러나 그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고, 허공에 물결을 그리며 내 뱃살을 위아래로 잡아당겼다. "한 다섯근은 나오겠네. 배고플 때 마다 한입 씩 뜯어먹을까보다." "끔찍한 소리 하지 마! 그보다 그만둬!" 내가 잠시 넋을 놓은 사이, 이치마츠가 내 옷을 들추고 뱃살을 쥔 손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내 배를 콱 물었다. 나는 너무 아픈 나머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깨나 팔과 달리 배에는 근육이 전혀 없어서 그 부분의 살이 유독 연했고,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하얀 피부 위로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보!!! 무슨 짓이야!!!" "아, 나도 모르게 뚫어버렸네." "네가 알파라는 걸 잊지마! 네 이빨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아?!" 이치마츠는 귀가 따갑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저질몸매라고 놀린 건 너잖아." 그는 커다란 손으로 피가 흘러나오는 구멍을 막았다. 그리고 천천히 내게 붙어, 손가락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피를 핥았다. "나는 네 뱃살도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넌 날 구박하는 거야?" "……." 이치마츠의 표정이 무서워서, 나는 입을 다문 채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는 와중에도 어째서인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마도 이치마츠의 입으로부터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내 배에 그의 손이 닿아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우습기도 했지만, '-도'라는 조사 하나가 내 가슴을 필요이상으로 설레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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