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에 시선을 꽂아둔 채 아무 말이 없던 그는 그대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고개를 슬쩍 들어보니 그의 손에 접시가 들려있었다. 나를 위해서 음식을 치워주는 것이었다.

 나는 소리없이 키득거리며 웃다가 그가 돌아서 나오는 순간 표정을 싹 바꾸고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문득 아래로 향해 있던 시야에 이치마츠의 두 발이 들어오는가 하면, 그가 내 앞에서 딱 걸음을 멈추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리자, 입꼬리를 씩 올리고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누굴까나."

 "에?"

 "썩을 장남? 쿠소마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른걸."

 "저… 이치마츠… 왜 그래? 눈이 무지 무서워."

 나는 당장에 상황을 무마하려다가도 눈앞의 광경에 할말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이치마츠의 등에서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사악한 오오라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어디, 우리 조카는 어떻게 생겼나 면상좀 보자──."

 그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내게 손을 뻗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본다니?!!! 본다니 뭘 어떻게?!!! 뭐야, 뭐야, 뭐야?!!! 뭘 하려는 거야?!!!!! 아아아아악──!!!!!!"

 그로부터 잠시 후.

 나는 그때 이치마츠가 내 장단에 맞춰 장난을 쳤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았던 것들에 대한 후유증은 그대로 남아, 며칠 내내 악몽을 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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