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다고는 했지만… 주인 앞에서 그렇게 당당히 봐도 되는 거냐, 너."

 "뭐 어때 같은 젠더끼리. 뻘쭘하면 이리와, 같이 보자."

 "솔직히 말해서 네가 진짜 빌려갈 줄은 몰랐어."

 "왜?"

 "왜냐니, 그야… 넌 여성체이고, 그 잡지에는 너와 같은 여성체만 잔뜩 나오잖아."

 "예쁜 사람을 보는 건 남성체 여성체 상관없이 언제나 즐거운 일이야. 카라마츠군도 종종 남성체만 잔뜩 나오는 잡지를 보잖아."

 "그건 조금 다른 거라고 생각하는데."

 …

 …

 …

 "뭐야, 이 페이지 끝부분이 접혀있네. 헤에─. 이치마츠는 이런 타입을 좋아하는구나."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마. 혼자 생각하라고."

 "뭐? 안 들려. 거기서 꿍얼거리지 말고 너도 이리오라니까."

 "……."

 잠깐의 침묵이 맴도는가 하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이어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씨익 웃음을 지었다. 비록 내가 구슬리기는 했지만 이치마츠가 선뜻 내게 다가온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즈음 이치마츠는 내 옆에 앉아 코타츠 안에 다리를 집어넣고, 잡지를 보기 위해 자연스레 내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문득 그가 가진 바이올렛향이 코를 자극해왔다.

 "이치마츠, 이 모델 어때?"

 "음… 스타일이 별로."

 "이 모델은? 꽤 세련되지 않았어?"

 "그렇네."

 …

 …

 …

 "아, 이건 나랑 조금 닮았는지도!"

 "안 닮았어."

 "잘 봐, 이목구비가 닮았잖아! 가슴크기는 상당히 다르지만."

 "안 닮았다니까. 우길 걸 우겨."

 "그냥 그렇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

 "뭐라 말해도 아닌 건 아닌 거야."

 …

 …

 …

 "이치마츠, 잠깐 이 자세 따라해 봐."

 "하? 왜?"

 "얼른, 보고싶단 말야."

 "네가 해보던가."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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