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었어… 그거 나 줘."
"내가 마셔도 입맛만 버릴 뿐이니까 줄게." 얼마 전 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처음 알게 됐다. 알파들의 혀에만 맛있게 느껴지는 쥬스가 있다는 것을. 다분히 성차별을 띄고 있는 그런 물건이 시중에 아무렇지 않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지만 적잖이 놀랍다. 하지만 내가 그런 것을 생각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편의점에 갔다가 일명 '알파쥬스'라고 불리우는(물론 브랜드명은 따로 있다.) 이것을 선뜻 산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척 봐도 오메가인 나를 보고 은근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던 점원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나는 처음으로 알파쥬스의 맛을 보고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에게는 그저 조금 쌉싸름하고 알싸한 맛의 물로 느껴졌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알파의 특별한 후각기관은 단지 페로몬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미각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젠더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이 그들에게는 맛있게 느껴질 수도, 혹은 맛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좋게 평가를 하려고 해도 기껏해야 '밍숭맹숭'인 이 쥬스는 알파인 이치마츠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훌륭한 청량음료로 변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어찌보면 재밌기도 한 일이다. "그보다 그 쥬스가 맛있게 느껴진다면, 이치마츠는 이제 정말…" "알파야." 그가 내 말을 끊고 불현듯 대답한다. 정말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아무리 내게 맛이 없기로써니 내가 사온 쥬스를 조금도 개의치 않고 쭉 들이킨다. 은근히 남성미를 드러내는 목젖을 보고서 저도 모르게 움찔, 한다. 그래 뭐, 아무래도 좋다. 이것으로 호기심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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