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조금 부지런을 떨었더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하루 일과를 모두 끝마쳐버렸다. 내 일과라고 해봤자 아주머니를 도와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개거나 하는 집안일이 대부분이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지라 허리가 쿡쿡 쑤셔온다.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형제들 방의 문을 열자 아직 파자마를 갈아입지 않은 채 이불 위에서 밍기적거리고 있는 이치마츠의 모습이 보인다.

 "이치마츠! 그만 일어나! 언제까지 누워있을 거야?"

 나는 푹신한 이불을 밟으며 방안으로 들어가, 엎드려 누워있는 이치마츠의 엉덩이에 보자기스매싱을 날렸다. 짝! 딱히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는 방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으으으응─ 하는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오며 이치마츠가 몸을 뒤집었다. 나는 그의 잔뜩 찡그린 얼굴을 보고 움찔-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나를 가만히 노려볼 뿐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이치마츠는 이전보다 더욱 눈썹을 찌푸리며 몸을 비틀거리더니 한 손으로 자신의 등허리를 감쌌다.

 "쿠소마츠 때문에……. 허리가……."

 "카라마츠 때문에 허리가?"

 한동안 내게서 아무 말이 없자,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이치마츠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무슨 상상하냐!!!"

 그는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괴롭다는 듯이 또 한 번 으으응─ 하고 신음을 했다.

 "어제 쿠소마츠가 나한테 한쪽 다리를 올리고 자서 아프다는 거야! 그 근육돼지자식……."

 "카라마츠 무사해?"

 "설마 그냥 넘어갔겠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죽빵을 날려줬지."

 "너무하잖아, 겨우 그 정도로."

 "겨우 그 정도? 이쪽은 오늘 아무것도 못하게 생겼다고."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

 "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치마츠의 등허리를 살살 어루만져주었다. 이치마츠의 그늘진 얼굴에 번뜩이는 눈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힘들어하는 그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치마츠는 타인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한없이 드러낼 만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그러한 모습이 겉으로 드러날 수록, 내게 얕보일 수록, 의기소침하기는 커녕 오히려 날을 세웠다.

 "마롱."

 "?"

 "와서 꾹꾹이 좀 해."

 "싫어."

 이치마츠가 날을 세우면 반드시 심한 짓을 당한다. 그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럴 때는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덥썩─. 어떻게 알아챘는지, 내가 엉덩이를 채 떼기도 전에 이치마츠가 나를 붙잡았다.

 "이 집에서 네가 제일 한가하잖아."

 그렇다고 검은 오오라를 뿜어댈 것 까지는…….

 "미리 말해두겠는데. 나 손 맵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두 팔의 소매를 걷었다.

 "조금 매운정도가 좋아."

 이치마츠가 내게 등이 보이도록 눕고는 두 팔을 베개 삼아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나는 쭈뼛쭈뼛 이치마츠에게 다가가서 그의 등허리에 손을 올렸다. 자신의 입으로 손이 맵다고 떵떵거렸던 나였으나, 내 안마는 스스로 생각해도 상당히 서툴렀다.

 "올라 타."

 "이대로도 할 수 있는데."

 "하나도 시원하지 않잖아. 기왕 하는 거 올라가서 제대로 해."

 "………."

 나는 아주 천천히 이치마츠의 위에 올라 탔다. 그 움직이 너무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꾹꾹─. 꾹꾹─. 이치마츠는 카라마츠나 쥬시마츠와 달리 근육이 남다르게 발달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체격이 크고, 단단한 구석이 있다. ──이렇게 만지고 있으면 몸을 지지하고 있는 뼈의 단단함이 느껴져서, 실수로 맞기라도 하는 날에는 바로 황천길에 가게 될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이치마츠의 러트 때마다 한 번쯤은 그에게 맞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맞는 것이 좋을 리 없지만, 멍이 들고 피가 나도 그를 크게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그만큼 이치마츠를…….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이 자식은 그냥 나를 괴롭히는 걸 즐기고 있을 뿐인걸! 그저 나와 같은 오메가가 필요한 것 뿐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저도 모르게 두 손에 힘이 팍 들어간다. 아차, 하고 이치마츠의 안색을 살펴본다. 그는 그저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네가 손이 매워봤자지'라고 말하는 듯 하다.

 꾸우욱──. 어째서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치마츠가 얄미워졌다. 얄미워서, 고의적으로 그의 아픈 부분을 있는 힘껏 짓눌렀다.

 "아아악!" 이번에는 그도 아팠는지, 고개를 확! 들어 올린다. 그리고 홱! 나를 돌아본다.

 "………."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까. 이게 무슨 짓이야? 라던가, 더럽게 못하네! 라던가. 의아함을 느끼는 찰나, 이치마츠가 돌연 몸의 방향을 틀어 앞으로 향한다. 당연히 그의 위에 앉아있던 나는 옆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하지만 그가 서둘러 손을 뻗어 내 허리를 받쳐줘서, 다시 중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치마츠는 두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고, 입술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안마 끝났으니까 그만 내려갈래."

 나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초조해져서 이치마츠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그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좀 더 그대로 앉아있어."

 "……."

 그렇게 1분 정도 흘렀을까. 나는 시선을 내리깐 채 이치마츠의 하늘색 셔츠만 쳐다보았다. 그러다 정말 견딜 수가 없어서, 아무 말 없이 몸을 추스려 일어나려 했다. 그때 이치마츠가 내 팔을 덥썩 붙잡아 나를 잡아끌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이 등을 감싸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조금 전까지 쳐다보고 있던 하늘색 셔츠에 얼굴을 묻었다. 약간의 한기가 남아 있는 셔츠로부터 이치마츠의 담배냄새가 나를 확 덮쳐왔다. 그로인해 일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더니, 머리가 몽롱해졌다.

 "뭐… 뭐야…?"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 짧은 시간이, 어째서인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째깍째깍─ 시계의 초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올 정도로. 나는 무의식중에 몸에 긴장이 들어가서 이치마츠의 셔츠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H하고 싶어."

 나는 곧 얼이 빠졌다. 그의 대답이 너무 터무니 없어서였다. 꿈에서 깨어나듯이 몽롱함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시야를 뿌옇게 흐리던 열기도 가라앉았다. 하여간 이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

 "이상한 짓 하면 소리 지를 거야."

 "지금 이 집에 너랑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나중에 오소마츠에게 이른다면?"

 "녀석의 앞에서 한 마디도 꺼낼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럽게 해줄게."

 "변태!!! 쓰레기!!!"

 물론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것을 실제로 오소마츠에게 말할 생각은 없다. 말해봤자 이치마츠의 얼굴에 멍이 들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치마츠는 그런 전개를 조금도 회피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고 있으니까.

 조금 짓궂은 비유이지만 (아니, 그래도 싼가.) 그는 사과속에 든 벌레와 같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허락도 없이 멋대로 들어와서는, 줄곧 내 마음을 갉아먹어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계속, 무법자처럼, 자신의 배를 채워간다. 어떨 때는 그의 이빨이 너무 날카로워서 따끔따끔 통증이 느껴진다. 이제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내보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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