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붉은색의 조명이 방 안을 온통 비추는 이른 저녁. 줄곧 잡지를 읽고 있던 나는 책을 바닥에 내려두고는 내 무릎을 베개삼아 곤히 잠들어 있는 이치마츠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리더니 그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나쁜 꿈이라도 꾼 듯, 개운한 표정이 아닌 조금 놀란 듯한,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나… 뭔가… 뭔가를… 봤어." 이치마츠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자리를 옮겨 반쯤 넋을 놓고 있는 그의 머리를 살며시 감싸안으며 자신의 어깨를 그에게 내어주었다. 그러자 거칠었던 숨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게 대체 뭐였지…" "생각하지 마." "아니, 해야만 해." 이치마츠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달은 듯 내 품에서 벗어나 상체를 똑바로 세웠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어. 썩을 장남이 나왔는데… 녀석의 눈이… 눈이… 빨간색이었어." "……." 그 순간, 나도 이치마츠 만큼이나 당황했다. 당황했달까,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는데…" "누구야? 그게 누구야, 이치마츠!" 나는 이치마츠의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 당황한 그는 한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마른 침을 한 번 삼킨 뒤 대답했다. "기억이 안 나." 그것 뿐. 정말 그 뿐이었다. 천계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나는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 기본적인 몇 가지를 간신히 떠올려낼 수 있었다. 천사들은 어떠한 일을 하기 전에 반드시 특정 인간에게 그것을 고지하는데, 방금 이치마츠가 꿈에서 보았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정말 머지 않았구나. . . . 두 눈을 감으며 숨을 삼킨다.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이 아프다. "또 비슷한 꿈을 꾸게 되면 나한테 알려줘." "어째서?" "그건 묻지 말고. 부탁할게." "알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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