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6명의 형제들이 모두 모여 길을 걸을 때 나는 웬만해서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고, 뒤로 빠져서 혼자 걷는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남자들 사이에 끼는 것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남자가 한 명, 두 명일 때는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다섯명, 여섯명으로 불어나면 설령 친구라고 해도 어색한 기분이 든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 주변에 섞이지 못하는 기분이랄까.

 특히 지금처럼 형제들이 이성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평소이상으로 자리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들려도 들리지 않는 척, 계속 딴청만 피우는 신세를 자처한다.

 "그런 타입도 괜찮지 않아? 이치마츠."

 "별로."

 아까부터 이치마츠는 형제들의 대화에 그다지 흥미가 없어보인다. 그럼 내게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나는 발을 뻗어 그의 신발 뒷꿈치를 밟았다. 이치마츠가 한 번 휘청거리더니 신발이 벗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째서 그냥 가는 거야!" 내가 외치자, 이치마츠가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보는둥마는둥 고개를 슥- 돌렸다가 다시 앞을 향했다. 찰나의 순간 본 것이었지만 그의 표정이 꽤나 험악했다.

 "귀찮아!"

 이치마츠는 오른발을 뒤로 차서 나머지 한쪽 신발 마저 벗어던졌다. 나는 내 앞으로 날아와 자신의 발에 치인 슬리퍼를 황당한 얼굴로 몇 초간 바라보다가 얼른 줍고서 이치마츠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기다려, 이치마츠! 맨발로 걷지마!"

 그러나 이치마츠는 내가 슬리퍼 두 짝을 손에 쥐고 쫓아오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그러든지 말든지,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평소와 같은 굽은 자세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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