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응." 형제라 해도 성격은 모두 제각각인데, 최근의 이치마츠를 보면 능청스럽게 엉겨붙어오는 점이라던가, 어린아이 같은 점이 점점 오소마츠를 닮아가는 것 같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걸 물어 봐?" "지난번에 카라마츠랑 네가 날 도와줬잖아. 그 보답을 할까 해서." 보라색 하오리를 걸친 그는 탁상 앞에 편히 앉아 만화책을 읽으며 아까부터 바삭거리는 쌀과자를 오물거리고 있다. 하얗고 보드라운 볼살이 풍성해졌다가 줄어드는 모습이 귀엽달까, 묘한 모성애를 일으켜서 따뜻한 웃음을 자아낸다. 예전의 이치마츠였다면 아마 내가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상당히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전 그는 내게 '뭐든지?' 하고 되물었다. 언제나 원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허락을 구하는 아이처럼. "쿠소마츠에게는 뭘 해줬는데?" "아무것도 필요없대." 그가 반쪽짜리 과자를 마저 입에 넣은 뒤 내게 다가와 무릎을 베고 눕는다. 그리고 나는 저도 모르게 그의 이마 위로 손을 뻗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겨준다. "나도 같은 대답을 해주길 바라?" "바란다고 해도 그런 말은 안 하겠지." "잘 아네." 만화책으로 반쯤 가려진 이치마츠의 얼굴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가 책을 치우고 나와 눈을 마주친다. "있잖아." "응." "뭐 부탁할지 생각났어." "뭘 원하는데?"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내 가슴 언저리에 손을 가져다 댔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스카프 나 줘." "이건 가져서 뭐 하려고? 여성용인데." "볼일이 있는 건 스카프가 아니라 거기에 남아 있는 네 냄새야. 바보." "그런가… 알았ㅇ…가 아니라! 내 냄새가 왜 필요해?" 저도 모르게 스카프를 풀려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얼굴이 약간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줄 거야, 말 거야?" "이상한 용도로 사용할 게 뻔하니까 안 줄래." "썩을 장남에게는 사진까지 찍게 해주고, 나는 패스? 네가 날 주인공으로 BL 쓰고 있는 거 나도 알고 있거든. 같은 변태끼리 각박하게 굴지마." "어째서 알고 있는 거야… 정말이지…" "얼른 내놔." "알았어…" 예전처럼 나를 멀리하거나 하지 않는 건, 뭐, 좋은 변화지만. 이건 어떨까. . . . 이치마츠는 이따금씩 내가 오소마츠에게 준 것을 똑같이 가지고 싶어한다. 마치 그렇게 해야만 공평해지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어깨나 팔 등을 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건만, 깨닫고보면 나는 언제나 그 이상의 것들을 그에게 내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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