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마츠, 나 좀 눕게 비켜봐."
"?" 새벽에 눈을 떠 계속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어 정오가 되어서야 완전히 잠을 깬 나는 점심을 걸러가며 줄곧 누워있다가 시곗바늘이 오후의 시간대를 가리켰을 때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슬슬 이불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으면서도, 또다시 소파의 편안함을 찾아간 것이었다. 아─. . . . 짜증이 들끓는다. 지금의 기분을 비유적으로 표현자면, 뱃속에서 개미만한 병정들이 칼과 방패를 들고 정신없이 싸우고 있는 것만 같다. 그것을 둘째 치더라도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어찌할 수가 없다. 만약 지금 누군가 나를 건드린다면 그 사람의 손가락을 콱 물어버릴지도 모른다. "약… 사다줘?" "아니, 괜찮아." 생각치 못했던 호의에 일순간 마음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남자에게 그런… 진통제를 사오게 하다니, 나는 그정도로 넌센스한 여자가 아니다. 아무리 남자가 생리대광고의 모델로 나오는 시대가 도래했어도, 모두가 뭐 어때라고 말해도, 내 기준에 아닌 것은 아니다. 심부름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내쪽도 적잖이 부끄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이치마츠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지만. "뭐라도 덮고 있지 그래." "덮는 것보단, 네가 안아주면 좋겠는데."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묘한 본능이 눈을 뜬다. 자신이 고통을 받는 만큼 그렇지 않은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어진다. 그것이 짓궂은 장난을 치고자 하는 욕구로 나타나는 지금, 나는 토끼를 입에 물고 담장을 스르르 넘어가는 능구렁이가 된다. "알파인 나를 경계하지 않고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경계해줬으면 좋겠어?" "그건 아니지만…" "어차피 너는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도 않잖아." "……." 입술을 굳게 닫은 채 이치마츠가 나를 지그시 내려다본다. 얼굴이 살짝 일그러진 것이, 나를 향한 두 눈에 원망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내 기분 탓일까,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안는다. 그대로 내 위를 차지하는가 싶었지만, 그것과 달리 그는 내 상체를 일으켰다. 서로를 꼭 끌어안으니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어때?"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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