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져."
깨지고 부숴진 물건들로 엉망진창이 된 방과 복도. 그 사이에 좁은 문턱을 두고, 우리는 서로에게 등을 진 채 바닥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트싸이클이든 러트든 상관없어." "네게 치욕적인 말을 하고… 널 때리고… 그 이상의 심한 짓을 할지도 몰라."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뭐. 원망하지 않을게." "웃기지 마!!! 꺼지라면 꺼져!!!" 우당탕─. "……." 내 존재가 이치마츠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러트중인 알파의 곁에 있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혼자 내버려둘 수 없다. "꺼져!!! 제발 꺼지라고!!!" "아니, 적어도 네가 완전한 알파가 되기 전까지는 네 곁에 있을 거야." 거친 소리와 함께 이치마츠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문에 기대어 있던 나는 가차없이 반대편 벽쪽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내가 지금 괜한 소릴 하는 거 같아?!" "아니." "네 목을 물어뜯고싶어! 마치… 평소의 내가 항상 그렇게 원했던 것처럼…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 "그래, 그렇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 바닥 위에 엎어진 몸을 추스르며 이치마츠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차분하게 대답한다.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조차 없다는 사실이 가슴아프지만, 지금은 무사히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알파의 러트 때 일어나는 일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에. "너… 뭘 그리 당당하게 목을 내놓고 있는 거야? 응? 물리고 싶어서 환장했어?" 조금전까지만 해도 온기가 느껴지던 이치마츠의 표정이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버린다. 그가 내게 다가와 무릎을 구부리고 앉는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넘긴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아픔을 호소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물고 싶으면 물어. 어차피 이빨이 완전히 자라지 않아서 물려도 각인이 되지 않을 거야." "만약 네 생각이 틀렸다면? 그럼 나랑 평생 살래? 노예처럼? 내가 오라면 오고, 꺼지라면 꺼지고, 때리면 맞고, 죽으라면 죽고, 그렇게 살래?" "………" 설령 각인이 된다 하더라도 이치마츠가 내게 그런 짓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오메가였던 그가 각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낸 것일 뿐이다. 그는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억누르지 못하는 자신이 혐오스러울 것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누군가와 각인을 하게 될거야. 어쩌면 그 보다 더 못한 삶을 살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난 널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왜 말길을 못알아들어!!! 다른 녀석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하든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만 아니면 돼!!! 난 싫단 말이야!!!" "알아, 알아. 네 마음 다 알아. 사실은 알파가 되기 싫어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금방이라도 끊어져버릴 듯한 머리카락 사이에서 조심스레 이치마츠의 손을 떼어낸 뒤 절망으로 가득한 표정의 그를 끌어안는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낮고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내 냄새가 그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다. "윽…" 작은 신음과 함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정말… 싫단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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