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뭐야…"
형제들의 방에 눌러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물건이 눈에 띈다. 내가 몇 시간 전에 몰래 낙서를 해놓은 그의 라이터다. 낙서라고는 해도, 기다랗고 네모난 은색의 몸체 한 가운데엔 '당신을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라는 꽤 진지한 문구가 적혀 있다. 어떻게 하면 그의 흡연을 막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멋대로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서 이치마츠는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통한다면 그는 저 라이터를 볼 때마다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딱히 상관없다만… 글씨체 최악이랄까, 한자 틀렸고." "응?" 이치마츠에게 다가가 라이터를 살펴본다. 글씨가 서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한자에 대해서는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잘 봐. 너 大切(소중히)에서 刀를 力으로 썼잖아." "아아, 그거? 손이 약간 미끄러졌을 뿐이야." "원래 力으로 알고 있던 게 아니고?" "아, 아니야!" 고개와 손을 동시에 가로저으며 저도 모르게 필사적으로 부정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무색하게도, 이치마츠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렇게 되면 결과가 내 의도와 어긋나버린다. 그는 라이터를 볼 때 마다 내가 한자를 틀렸다는 것을 떠올리며 웃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얼굴이 뜨거워진다. "좀 더… 줄이도록 해볼게." 여전히 웃음기가 어린 얼굴, 하지만 차분한 목소리. 그가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으며 나지막이 속삭이듯이 말한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도 간단히 목적이 달성되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 . . 뭐, 이걸로 됐나. |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