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마츠, 괜찮아?"
"그다지…" 고요함속에서 째깍째각 움직이는 시계는 아직 시간이 오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지만, 커튼을 친 방 안에는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다. 이치마츠는 내가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쭉 내게 등을 보이고 앉은 채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치마츠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벽에 기대어 앉아, 그에게 간간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서로를 고문하고 있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 . . 러트중인 알파와 페로몬의 냄새를 풀풀 풍겨대는 오메가가 한 방에 있다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지금은 초기상태라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시간히 흐를 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피할 수 없다면 싸워라' 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것은 무언가를 반드시 걸지 않으면 안 되는 도박이다. 우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와 나는 자신을 억누르기 위해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넌?" 평소보다 거친 이치마츠의 목소리가 내게 묻는다. 여전히 뒤통수만 보일 뿐이지만, 왠지 그의 표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치마츠는 지금 마음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아까 나를 책장 앞으로 밀쳐버린 것에 대해, 나를 상처입힌 것에 대해. 처음부터 솔직하게 러트중이라고 얘기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고. "조금 욱씬거리긴 하지만 금방 가라앉을 거야." 나는 책장에 부딪힐 때 다친 어깻죽지를 살살 문지르며 애써 신음을 삼켰다. 사실을 말하자면 뼈가 찌릿거리고 근육이 요동을 칠 만큼 아팠다. 계속 괜찮은 척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져 있는 이치마츠에게 괜한 걱정을 시켜서, 차마 그를 괴롭힐 수가 없었다. 사실상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마음만이라도 의지가 되고 싶었다. "미안해." "아냐." 그리고 한 가지 더. . . . "나야 말로 미안해. 네 옆에 있는 것을 포기하지 못해서." 불안감은 이치마츠가 변화하기 전부터 줄곧 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완전한 알파가 되고나면, 오메가인 나는 자연스레 그에게 기피해야만 하는 대상이 된다. 점점 멀어져서, 오해가 생기고, 미워하고. . . . 그렇게 되면 이전과 같은 친구로는 돌아갈 수 없다. 오소마츠나 카라마츠와의 관계는 다행히 안정적이지만, 이치마츠와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결코 장담하지 못한다. 그럴 수록, 어느정도는 희생을 하게 되더라도, 지키고 싶다. 진심으로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릇된 욕심인 걸까. 나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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