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을 장남에게 주기적으로 맞아가면서 꿋꿋이 피우고 있는 거야. 네가 하지 말란다고 안 할 것 같냐?"

 이전보다 묘하게 낮고 거칠게 들려오는 목소리. 이치마츠는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기침을 한다. 그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의 상태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열에 일곱은 피우는 담배라지만, 친구로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이 나오기 무섭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그가 라이터로 능숙하게 불을 붙인다. 해로운 연기를 덤덤하게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간다.

 "반대로 묻고 싶은데, 왜 끊지 않는 거야?"

 담배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흡연으로 인해 병을 얻는지, 그런 것은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TV에서 내보내는 공익광고를 보면 비흡연자인 나도 절로 인상이 구겨질 만큼 흡연과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이 혐오스럽다. 그런데 정작 꼴초인 이치마츠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이유는 그것을 대체할만한 것이 딱히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에 나쁘지 않은 담배가 있다면 자신도 그걸 피우고 싶다고. . . . 정말이지 답답하다. 그냥 아예 없이 살 수는 없는 건지…

 하얀 연기가 공중으로 몽글몽글 피어올라 불어오는 바람에 산산히 흩어진다. 그러고보니 이치마츠는 담배를 피울 때 무슨 생각을 할까.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본다. 시선은 멀리 지평선을 향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손과 입은 거의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딱히 깊은 고민 따위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안색이 약간 어둡다. 아마도 담배가 주는 어지러움과 그로 인한 몽롱한 기분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 뿐이다. 이런다고 해서 이치마츠가 내 말을 들어줄 리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해보는 수 밖에 없다.

 "이리 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자, 이치마츠는 내 팔을 붙잡고 그것을 다시 빼앗으려 했다. 문득 손목이 살짝 아려왔다. 하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저항을 하다보니 어느덧 두 사람의 몸이 함께 바닥으로 쓰러지게 되었다. 그는 조금 당황한 듯한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내 스카프에 얼굴을 묻었다. 그 순간 짙은 멘솔향이 나를 덮쳐왔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나는 비켜달라는 말 대신 이치마츠를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하지만 그는 내 사인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오메가냄새의 담배는 안 나오는 걸까… 나오면 엄청 대박 칠 텐데."

 "지금 대놓고 성차별 발언하는 거야?"

 "딱히 차별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

 이치마츠는 말을 하다말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아… 그런가… 이래서 안 나오는 건가." ─하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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